[매경닷컴 MK스포 이상철 기자] 16일 프로야구 SK 타이거즈의 투수 백인식이 깜짝 호투로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뒀던 날, 맹활약을 펼친 외야수 김상현의 지원 사격이 눈에 띄었다.
프로 6년차지만 지난해까지 1군 문턱도 밟지 못한 백인식과 5월초까지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김상현이 잘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니다. 그러나 둘은 등번호로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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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SK에는 27번의 주인이 있었는데 백인식이었다. 백인식은 21번을 쓰다가 이호준이 지난해 말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NC 다이노스로 떠나면서 비어있던 27번을 선택했다. 김상현으로선 송은범이 사용했던 46번을 써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백인식이 새 동료가 된 김상현을 위해 27번을 양보하고, 46번으로 등번호를 변경했다. 김상현은 SK 유니폼을 입은 첫 날 “27번의 내게 매우 의미있는 번호다. 양보해준 백인식에게 매우 고맙다. 나중에 밥 한번 거하게 사야겠다”고 말했다.
김상현은 ‘등번호 전 주인’에게 밥 대신 첫 승을 선물했다. 윤석민을 상대로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하던 김상현은 결정적인 순간 폭발했다.
김상현은 팀이 3-0으로 앞선 7회 1사 1루에서 깨끗한 우전안타를 때려 1,3루 찬스를 만들었다. SK는 이후 한동민의 희생 플라이와 김성현의 좌전 적시타로 2점을 더 뽑으며 5-0으로 달아났다. 2회 조성우와 박진만의 백투백 홈런 이후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놓치며 스코어를 벌리지 못했는데, 김상현이 7회 찬스를 계속 만들면서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김상현은 8회에도 2사 1,2루 찬스에서 싹쓸이 적시타를 때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7회 나지완의 2점 홈런으로 추격의 고삐를 당기던 KIA를 침울하게 만든 결정타였다. 백인식도 이 한방에 첫 승리투수가 되는 걸 낙관할 수 있었다.
김상현은 “두 번째 타석에서 1사 2,3루 찬스를 놓쳐서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더욱 집중했던 게 주효했다”면서 “누가 선발로 등판해도 평소처럼 하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백)인식이의 경기에선 더욱 열심히 해서 승리를 선물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김상현은 관심을 모았던 KIA와의 친정 더비에서 매서운 타격 감각을 회복했다. 15일에 이어 16일 경기에서 2안타씩을 몰아쳤다. 그리고 그 안타들은 점수로 연결됐기에 매우 강렬했고, 매우 영양가가 넘쳤다. KIA전 성적은 14타수 4안타로 타율이 2할8푼6리다.
트레이드 이후 6경기 성적(21타수 4안타·타율 1할9푼)과 비교해 타격이 살아났다. 이만수 감독
김상현은 “급하게 생각하고 욕심을 내기도 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KIA와의 3연전을 통해 타격감이 점점 좋아졌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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