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삼성전은 전반기 포인트다. 전력을 다하겠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강조한 말이다. 3위 두산이 1경기차 2위 삼성과의 시리즈를 맞는 팀 분위기는 총력전이었다. 지난 12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서 5-17로 완패를 당한 뒤였기 때문에 각오도 남달랐다.
그런데 경기 시작과 함께 김 감독의 예상 그림이 망가졌다. 어이없는 실책 하나에 경기 전체의 분위기가 갈렸다. 김 감독이 강조한 ‘정신력’은 또 물거품이 됐다. 이번엔 불펜 투수가 아닌 수비였다.
하지만 이때 어이없는 실책이 나왔다. 우익수 민병헌의 공을 커트한 1루수 오재원이 베이스커버를 들어온 최주환에게 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공이 뒤로 빠진 사이 배영섭은 가볍게 홈을 밟았다. 삼성의 선취점이었다. 그 사이 정형식은 3루까지 내달려 무사 3루 위기가 이어졌다.
삼성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사 이후 최형우의 좌중간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아냈다. 두산 투수 이정호는 채태인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박석민을 병살타로 잡아내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이정호는 초반 실책으로 크게 흔들렸다. 매 이닝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투구수도 크게 늘었다. 4회 투아웃을 잡았지만, 볼넷 2개를 허용해 2사 1, 2루 위기에 또 몰렸다. 결국 이정호는 4회를 넘기지 못하고 김창훈으로 교체됐다. 바뀐 투수 김창훈은 정형식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이어갔고, 이승엽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정호는 3⅔이닝 동안 75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 3볼넷 4실점으로 무너졌다. 삼성은 4-0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반면 삼성은 호수비로 위기를 모면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삼성 선발투수 배영수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배영수에게 어두운 기억이 있는 상대였다. 대구 개막 두산전서 3⅔이닝 동안 만루 홈런 두 방을 포함해 무려 8실점으로 무너졌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이후 설욕전의 기회. 배영수는 5이닝을 꽉 채우며 104개의 공을 던져 8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막아냈다.
5회 2사 1, 3루 위기서 오재원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해 1실점을 했지만, 앞선 위기 상황서 호수비의 덕을 톡톡히 봤다. 결정적 순간은 2-0으로 앞선 2회 2사 2루 위기. 배영수는 이종욱에게 1루 라인을 타고 빠질 듯한 강한 타구를 얻어맞았다. 하지만 1루수 채태인이 몸을 날려 다이빙캐치로 공을 낚아챈 뒤 베이스커버를 들어온 배영수에게 정확히 공을 넘겨 실점을 막아냈다. 실점을 했다면 경기 상황이 반전될 수 있었다. 채태인의 호수비가 경기 흐름을 삼성 쪽으로 완전히 기울도록 했다.
9개 구단 가운데 팀 실책이 가장 적은 삼성도 7회말 결정적인 12번째 실책으로 무너질 뻔했다. 2-4로 추격을 허용한 7회 2사 1, 3루서 상대의 이중도루 때 유격수 김상수가 송구 실책을 저질렀다.
1루주자 정수빈이 2루 도루를 시도할 때 3루주자 오재원이 홈을 파고 들었다. 2루로 송구된 공을 잡은 김상수가 홈으로 공을 뿌렸다. 완벽한 아웃 타이밍. 하지만 원바운드로 튄 공을 포수 이지영이 잡지 못해 오재원이 걸어 들어와 3-4 추격을 허용했다. 한 순간에 분위기가 뒤바뀐 상황이었다. 바뀐 투수 심창민이 최주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위기에서 벗어났다.
위기 뒤 기회. 삼성의 집중력은 강했다. 8회초 1사 2루 찬스에서 정형식이 우월 적시 2루타로 쐐기점을 뽑았고, 9회초 1사 만루서 배영섭이 좌중간 2타점 적시타로 승부를 갈랐다.
삼성은 6타수 1안타를 기록한 이승엽이 4회 2타점, 3타수 2안타로 맹타를 휘두른 배영섭이 9회 쐐기 2타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두산은 오재원이 4타수 3안타를 기록하고도 1회초 결정적 실책으로 울었다.
7연승 행진을 달린 삼성은 20승10패로 이날 패한 넥센(21승11패)을 밀어내고 시즌 첫 단독 선두에 등극했다. 두산은 19승1무13패로 3위를 유지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지난 시즌 기록한 최다 7연승 타
반면 두산은 잃은 것이 더 많은 경기였다. 총 6명의 불펜을 가동했지만, 경기를 뒤집는데 실패하고 경기 후반 와르르 무너졌다. 경기 초반 실책 1개가 경기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 뼈아픈 패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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