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임성일 기자] 12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 경기는 상위권 도약을 위해 홈팀 인천이나 원정팀 제주 모두 놓칠 수 없는 한판이었다.
굳이 무게감의 경중을 가리지면, 최근 1무1패로 승점을 추가하지 못하며 7위까지 떨어진 인천이 보다 급했다. 제주로서는 비기기만 해도 수원을 제치고 2위에 오를 수 있으나 인천은 꼭 3점이 필요했다. 조금씩 추격해 승점 3점차까지 쫓아온 8위 서울과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도 달아나는 결과가 나와야했다.
전반 7분, 역습 과정에서 이천수가 때린 오른발 중거리슈팅을 시작으로 인천이 공격을 주도했다. 최근 대표팀 복귀설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는 베테랑 김남일이 노련하게 허리라인을 컨트롤 하면서 디오고 이석현 이천수 한교원으로 이어지는 인천의 공격력은 꽤 매서웠다.
반면 제주는 인천의 공세를 막아내면서 특유의 빠른 패스전개로 역습을 도모하는 그림으로 맞섰다. 시간이 지날수록 역습의 비율은 줄어들고 제주 진영에서의 진행시간이 늘어났으니 인천이 그만큼 공격을 잘 풀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박경훈 감독의 포커스도 어차피 후반에 맞춰져 있었으니 섣불리 유불리를 논하기는 조심스러웠던 양상이다.
다만 미드필드 운영으로는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손꼽히게 강하다는 제주인데 좀처럼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는 것은 특이점이었다. 이에 박경훈 감독은 전반 40분 만에 강수일을 빼고 페드로를 투입하는 빠른 변화를 가져왔다. 체력이 떨어질 후반을 도모해 아껴둔 카드를 먼저 꺼냈다는 것은 흐름이 제주 쪽에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허리싸움에서 인천이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골이 없었다는 것이 인천에게는 아쉬웠고, 골을 내주지 않아 제주로서는 고무적이었던 전반이다.
골이 필요한 인천의 김봉길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디오고를 빼고 컨디션을 되찾은 설기현을 투입했다. 3월3일 시즌 개막전 이후 부상으로 2달 넘게 개점휴업 상태로 보냈던 설기현은 지난 8일 FA컵 32강에 오랜만에 출전해 1골을 넣으며 4-1 승리에 일조한 바 있다. 설기현의 투입으로 김남일-설기현-이천수 등 2002월드컵 삼총사가 처음으로 실전에서 손발을 맞추는 의미 있는 장면이 드디어 완성됐다.
설기현이 투입됨에 따라 포커스는 인천에 맞춰졌으나 제주의 대응은 외려 전반보다 나았다. 앞서 언급했듯, 박경훈 감독 역시 힘이 다소 소신될 후반을 승부처로 보았고 제주의 반격이 전반에 비해 꽤나 매서웠다. 이에 김봉길 감독은 후반 16분 이석현을 빼고 문상윤을 투입하는 변화를 가져왔다. 힘과 스피드가 떨어졌다는 판단이었다.
김봉길 감독의 판단은 적중했다. 잠시 제주 쪽으로 넘어가는 것 같던 분위기는 이후 인천 쪽으로 다시 넘어왔다. 설기현을 중심으로 한교원 이천수 문상윤은 파상공세를 펼치면서 제주의 골문을 두들겼다. 박준현 골키퍼의 3~4차례 선방이 아니었다면 이미 스코어가 전광판에 새겨졌어야했던 흐름이다.
김봉길 감독은 후반 34분 한교원을 빼고 남준재를 투입했다. 끝까지 공격적인 교체카드였다. 기세는 확실히 인천 쪽이었다. 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후반 35분, 후방에서 길게 전달된 패스를 받은 이천수가 수비수를 완벽히 따돌리고 시도한 슈팅이 왼쪽 골포스트를
결국 불운이 합쳐지면서 끝까지 인천의 골을 터지지 않았다. 반면 제주로서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서 의미 있는 승점 1점을 챙겼다. 더불어 인천 원정 무패행진을 10경기까지 늘렸으니 소득이 적잖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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