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우리 시대의 위대한 지도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일선에서 물러날 뜻을 전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라는 매머드 클럽의 135년 클럽 역사상 가장 화려한 시대를 열고 또 이끌었던 퍼거슨은 27년이라는 세월을 뒤로 하고 마법 같던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다.
비단 맨유에서 뿐이 아니라 축구사를 통틀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반열에 올라있는 그다.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던 현역시절을 보낸 스코틀랜드 출신의 지도자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세 가지 ‘정’ 때문이었다. 열정, 냉정 그리고 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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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뜨거움이 시리도록 차가운 이성적 제어와 함께 했기에 맨유의 빛나는 업적이 가능했다. 27년 동안 내로라하는 슈퍼스타들과 함께 했으나 그 어떤 별들도 퍼거슨 감독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었다. 아니, 적어도 양이 되는 ‘척’이라도 했다.
제 아무리 천문학적 몸값을 자랑하고 팬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선수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세운 틀에 어긋난다면, 팀워크에 반하는 행동이나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면 단호했다. 어찌나 뜨거운 불호령을 내리는지 ‘헤어 드라이기’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다. 데이비드 베컴이라는 상징적 7번도 퍼거슨의 냉정함 앞에서는 별 수 없었다.
개성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기라성 같은 선수들의 반발로 팀이 와해되는 시기가 있을 법도 했다. 하지만 퍼거슨과 함께 했던 27년 속에는 늘 위기를 넘기고 새로운 시대만 있었을 뿐이다. 이는 그의 열정과 냉정이 모두 순수하게 축구를 사랑하고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사랑하는 감정 속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것을 선수들이 느끼고 있는 까닭이다.
좋아하는 것이라고는 말(馬)과 축구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퍼거슨의 축구 사랑은 진하다. 하도 중계화면에 많이 잡혀 팬들도 익숙할 것이다. 그렇게 오래도록, 그렇게 많은 경기를 진두지휘했을 텐데 극적인 골이 터질 때 퍼거슨은 주먹만 한 눈깔사탕을 짚어든 아이처럼 환하게 표정이 바뀌면서 펄쩍펄쩍 뛰었다. 가끔, 그 모습이 그렇게 어색했다.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지닌 ‘상남자’다. 의리하면 또 퍼거슨이다. 에릭 칸토나가 ‘쿵푸킥’으로 곤경에 처했을 때 끝까지 끌어안았던
앞으로 그런 ‘순정마초’ 같은 캐릭터는 다시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다. 세계 축구계는 위대한 지도자와 아쉬운 작별은 순간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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