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상식선에서 따졌을 때 11명과 10명이 싸우면 수가 많은 쪽이 유리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 유리함을 좀처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괜스레 꼬여버리는 경기가 많으니 차라리 정상적으로 붙는 게 낫다는 푸념이 나올 법하다.
FC서울에게 ‘10명 징크스’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상대 선수 1명이 퇴장을 당해 수적인 우위를 점하고도 승리하지 못한 경기가 벌써 3경기나 된다. 그중 2번은 11대 10으로 싸운 시간이 꽤나 길었고, 그런 호기 속에서 만난 상대가 라이벌들이었으니 아쉬움이 더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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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가 골을 넣은 순간부터 약 1분 여 동안 필드 안에는 희비가 빠르게 엇갈렸다. 팽팽하던 승부의 균형을 깨는 골을 터뜨리고 이승기는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기뻤다”고 말했을 정도로 흥분된 상태였다. 그 기쁨이 지나쳐 유니폼 상의를 들어 머리에 뒤집어쓰는 세리머니를 펼쳤고, 경고를 받아 누적으로 퇴장을 당해야했다.
이승기는 졸지에 영웅에서 역적이 됐고 전북은 리드를 잡자마자 위기에 봉착했다. 반면 서울은 위기에서 곧바로 기회를 잡는 행운이 따랐다. 하지만, 결국 그 행운이 결과까지 바꿔주지 못했다.
이승기 퇴장 이후 서울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파상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끝까지 전북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보다 침착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 서울의 공격이었다. 열심히 두드리기는 했으나 어수선했다.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승기 퇴장 후 대략 35분 이상의 긴 시간이 남아 있었음을 감안한다면 보다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최용수 감독 역시 같은 지적을 전했다. 경기 후 최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조급했다. 퇴장으로 상대가 10명이 되자 오히려 심적으로 더 조급해진 것 같다”면서 “침착하게 경기를 풀었어야 하는데 너무 서둘렀고, 시간이 흐를수록 급해지기만 했다”고 패인을 짚었다. 전북의 10명이 한 발 더 뛰면서 똘똘 뭉친 영향도 있으나 서울이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탓도 있던 패배였다.
이런 비슷한 경우가 올 시즌만 벌써 3번째인 서울이다. 4라운드 경기였던 3월30일 경남과의 홈경기에서도, 그리고 시즌 첫 슈퍼매치였던 4월14일 수원과의 원정경기에서도 서울은 10명과 상대했다. 후반 43분에 강승조가 직접 퇴장 당했던 경남전의 2-2 무승부는 시간이 많지 않았으니 차치한다. 하지만 수원전의 씁쓸함은 전북전 이상이다.
당시 서울은 상당히 유리했다. 전반 19분에 먼저 1골을 넣었고, 금상첨화로 전반 43분 상대 공격수 정대세가 퇴장을 당했다. 1무7패로 철저하게 밀렸던 라이벌전의 아픔을 드디어 갚는 듯 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3분을 남겨 놓고 라돈치치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해 1-1 무승부에 그쳤다. 비겼으나 서울은 패한 것 같은 분위기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결과적으로 수적 우위가 오히려 발목을 잡은 경기였다. 전반 내내 적극적으로 경기를 풀었던 서울은 후반 들어 소극적으로 변했다. 10명을 상대로 추가골을 넣기 위해 강하게 몰아붙였어야했는데 알게 모르게 ‘지키고 버티면 된다’는 안일함이 자리 잡으면서 정상적인 플레이가 펼쳐지지 않았다. 결국 그런 위축이 화근이 된 결과였다.
수원전도 그렇고 전북전도 마찬가지, 모두 리그 정상권을 다투는 라이벌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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