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신뢰가 적중했다. 롯데 4번타자 김대우가 ‘거인’으로 우뚝 섰다. ‘타자’ 김대우의 하얀 도화지에 머릿속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말하는 대로다. 김대우는 “곧 홈런이 터질 겁니다”라고 자신했다. 스스로 타격에 대한 감을 믿고 있었던 것. 곧바로 일을 냈다. 김대우는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폭발시켰다. 한화 에이스 데니 바티스타의 직구를 통타해 비거리 120m의 대형 홈런을 쏘아올렸다. 4번타자로서 2% 부족했던 홈런을 마침내 터뜨린 것. “홈런만 나오면 된는데…”라던 김 감독의 아쉬움도 한 번에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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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를 주목하는 이유는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기 때문이다. 2003년 롯데 2차 1라운드 1순위 지명 이후 고려대 진학, 대만 리그 도전 등 ‘풍운아’ 같은 야구 인생을 살았다. 2008년 다시 롯데로 컴백해 본격적인 타자 전향을 한 것이 불과 2년째다.
김대우가 성장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도 조성됐다. 넥센 시절 박병호를 키워낸 김 감독과 박흥식 타격코치 등 ‘박병호 사단’이 뭉쳤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김대우의 기대감은 하늘을 찔렀다. 밑도 끝도 없는 믿음이 아니었다. 가능성을 일찌감치 확인한 것이다.
김대우는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발을 맞추고 있다. 3할 타율(0.286)에는 못 미치지만, 11타점 10득점을 보탰다. 장타율 0.508, 득점권 타율 0.450, 출루율 0.384 등 찬스에 확실히 강했다. ‘거인’ 자격을 갖춘 셈이다.
김대우는 아직 미완성 거포다. 삼진을 25개나 기록하는 등 아직 변화구 대응력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급성장 모드다.
김대우를 보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인기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작사)-이적(작곡)이 부른 ‘말하는 대로’가 떠오른다.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눈으로 본 순간 믿어보기로 했지/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
삶에 대한 두려움으로 방황하던 20대를 노력으로 극복해낸 의미가 짠하다. 다시 시작한 김대우의 야구 인생이 그대로 실려있는 듯하다. 김대우는 지금 또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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