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선언했다.
시즌 초반 크게 휘청거렸던 부진한 성적이 알게 모르게 자만심에 빠졌던 것과 무관치 않았다는 자기반성의 결과다. 어렵사리 반전의 기회를 잡은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1무도 그간 경기 출전이 많지 않았던 2진급으로 엔트리를 구성했던 지난 1일 부리람과의 ACL 6차전 결과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어 결과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했던 경기에서 서울은 ‘또 다른 주전’들의 활기찬 플레이와 함께 2-2 무승부를 거뒀다. 기대 이상의 활약과 함께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가 더더욱 ‘업’ 됐다. 디펜딩 챔피언 FC서울이 비로소 기력을 되찾는 모양새다.
반전의 발판을 마련하면서 최용수 감독도 이제 한숨을 돌리게 됐다. 겉으로는 괜찮다, 문제없다 했으나 그동안 타들어갔던 속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일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하는 리더의 자리는 외롭고 고독하다. 지난해 부시도록 화려한 조명 속에서 비단 길을 걸었던 최용수 감독이기에 해가 바뀌면서 시작된 갑작스런 추락이 더더욱 난감했을 터. 하지만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다는 최용수 감독이다.
최용수 감독은 2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든 자만심과 함께 내 스스로 뻣뻣하게 고개를 드는 순간, 세상이 날 낮춰주더라. 아주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됐다. 감사하다. 뼈저리게 가슴과 머리에 새길 일이다”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전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지난해 우승으로 인해 찾아온 안일함이 결국 부진의 이유였다는 성찰이었다.
이어 “나를 낮추면 세상이 나를 높여주지만, 내가 높아지려 하면 세상이 날 낮춰주더라.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고백을 전했다. 겸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시즌 초반 힘들었던 시간들이 앞으로 갈 길이 창창한 젊은 지도자 최용수에게 소중한 생채기를 남긴 셈이다.
‘역경을 뒤집으면 경력이 된다’는 말을 좋아한다는 최용수 감독은 “어려운 시간을 잘 극복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면서 “역경을 헤치면서 좋은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낮은 자세로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흔들리던 팀을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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