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데요.
아흐레 동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나온 각본 없는 드라마를 전남주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 기자 】
대회 첫날 열린 여자 마라톤에서 케냐 선수가 보여준 스포츠맨십에 전 세계 시청자들은 뜨겁게 감동했습니다.
체로프는 달리던 길을 멈추고 자신과 부딪쳐 넘어진 키플라갓에게 달려갔습니다.
페이스 유지가 생명인 마라톤에서 우승보다 중요한 것은 동료의 안전이었습니다.
뜨거운 감동은 충격으로 바뀌었습니다.
남자 100m 결승전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총알탄 사나이' 우사인 볼트가 뛰어보지도 못하고 부정출발로 실격됐기 때문입니다.
볼트는 2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단거리 황제의 건재를 알렸습니다.
명예회복을 다짐하고 대구 땅을 밟은 이신바예바와 류샹.
이신바예바는 전성기 때와는 다른 몸놀림을 보이며 6위로 대회를 마쳐 굴욕을 맛봤습니다.
작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허들에서 금메달을 따며 부활을 알렸던 류샹은 불운에 울었습니다.
결승전에 나선 류샹은 '허들'이 아닌 '로블레스의 손'에 걸려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보기 드문 아찔한 장면도 나왔습니다.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 나선 선수들의 장대가 부러져 큰 부상으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체코의 얀 쿠들리카가 도약을 하던 중 갑자기 장대가 부러졌고 러시아의 스타로두브세프의 장대도 체중을 이기지 못하고 두 동강 났습니다.
'의족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는 400m에서 역주를 펼쳐 세계 육상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비록 1,600m 계주 결승 출전은 불발됐지만, 장애를 딛고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한 피스토리우스의 도전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9일간의 열전은 막을 내렸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감동의 드라마는 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MBN뉴스 전남주입니다. [korea8@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