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현역 프로축구 선수 등 12명을 기소하면서 K리그 승부조작 수사를 마무리했는데요.
승부조작 파문이 남긴 숙제를 전광열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기자 】
지난달 30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축구팬 앞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승부조작 파문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였습니다.
나흘 뒤 대한축구협회 조중연 회장은 소극적인 대처가 화를 키웠다고 말했습니다.
▶ 인터뷰 : 조중연 / 대한축구협회장(6월 3일)
- "오래전에 (승부조작) 얘기가 흘러다녔는데 그것을 너무 소극적인 대처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는 승부조작 근절대책을 부랴부랴 내놨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습니다.
허둥대는 한국축구를 비웃듯 승부조작의 추악한 실태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속속 드러났고 갖가지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급기야 소문에 시달리던 구단 사장이 차라리 검찰 조사를 받게 해달라고 하소연하는 상황까지 나왔습니다.
▶ 인터뷰 : 김원동 / 강원FC 사장(6월 3일)
- "지금 조사하는 창원지검에다 (강원FC 관련 제보를) 제출해서 제발 우리 강원FC가 그 사건을 조사를 받을 수 있게끔 그렇게 해주시길…."
한국축구는 지난 2008년 아마추어 K3리그에서 승부조작 사건이 일어나 팀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당시 K리그에서도 승부조작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축구협회나 연맹은 별다른 조사나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경고등'을 무시했던 한국축구.
3년 만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았습니다.
의사들은 큰 병이 오기 전에 위험을 알리는 증후가 있다고 말합니다.
두 번의 승부조작 파문.
축구협회와 연맹이 재발방지에 힘쓰지 않는다면 한국축구의 몰락을 알리는 전주곡이 될 수 있습니다.
MBN뉴스 전광열입니다. [revelge@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