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심판들이 들어온다고 하기에 살짝 긴장했죠"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핸드볼 사령탑인 조영신(상무) 감독은 16일 쿠웨이트와 조별리그 3차전 심판 명단을 받아보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UAE의 알 마조키, 알 누아이미가 나란히 심판을 보게 됐다는 소식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4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당한 편파 판정의 아픔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은 아시아핸드볼연맹(AHF)의 쿠웨이트 출신 회장 셰이크 아마드 알-파하드 알-사바의 영향력 아래 있는 심판들의 농간에 휘말려 4위에 그쳤다.
6연패 꿈이 산산이 조각난 이면에는 중동에서 열린 대회에서 중동팀들이 금메달을 가져가자는 시나리오가 작동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쿠웨이트의 조별리그 최종전에는 카타르 심판 2명이 들어와 26-32로 한국이 졌고 한국-카타르의 준결승에는 쿠웨이트 심판 2명이 장난을 치는 바람에 결국 결승은 쿠웨이트-카타르 대결로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실력으로 4년 전 아픔을 되갚아주마'하고 나오긴 했지만 막상 쿠웨이트와 경기에 중동 심판이 들어온다고 하니 찜찜한 기억이 또 떠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10-4로 앞서던 전반 중반에는 오윤석(26.두산)과 정수영(25.코로사)이 거의 동시에 2분간 퇴장을 받아 점수 차가 10-7로 좁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 이날 경기는 비교적 공정한 판정 아래 열려 결국 한국이 31-29로 승리했다.
한때 9골까지 앞서다 후반에 추격을 허용해 2골 차까지 쫓기기도 했지만 조영신 감독은 "초반에 점수 차가 벌어지다 보니 경기 막판에 우리 선수들이 좀 느슨해진 탓"이라고 설명했다.
조영신 감독은 "시작 전에 경기 운영을 침착하고 냉정하게 할 것을 주문했다. 판정에 절대 항의하지 말고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하며 "초반에 승부를 거는 작전이
지금도 알-사바 회장이 건재하지만 편파 판정이 4년 전보다 많이 없어진 것에 대해 조영신 감독은 "아무래도 그때 워낙 문제가 됐던 터라 이번 대회에서는 공정하게 대회를 운영하려는 AHF의 의지가 엿보인다. 세 경기를 했지만 모두 판정은 이의를 제기할 부분이 없을 만큼 괜찮았다"고 덧붙였다.
(광저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