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K-푸드 열풍의 주역으로 꼽히는 건 다름 아닌 검은 반도체라 불리는 김입니다.
김 양식 어민들도 당연히 큰돈을 벌었으려니 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산지 물김 가격이 10분 1수준으로 폭락하고, 위판장에선 경매가 유찰돼 어민들이 수확한 물김을 바다에 버리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어찌 된 일인지 김영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이른 아침, 항포구에 양식장에서 물김을 걷은 배들이 속속 들어옵니다.
그런데 어민들의 표정이 어둡기만 합니다.
▶ 스탠딩 : 김영현 / 기자
- "추운 겨울인데도 어민들은 수확한 물김을 육지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생산비조차 건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인터뷰 : 박효대 / 물김 양식 어민
- "생산하는 자체도 마이너스고, 이대로 가면 우리 어민들이 진짜 죽어나가는 실정입니다."
위판장에서 경매가 시작됩니다.
120kg 한 망 가격이 3만 원 초반 대까지 떨어지고, 3분 1 이상이 유찰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수협 관계자들이 자리를 뜨는 도매인들을 붙잡기까지 합니다.
- "사장님 잠깐 좀 와보세요. 한두 개라도 더 하시죠."
결국, 거래가 되지 않은 물김 100톤은 하루 만에 바다에 버려졌습니다.
지난달 물김 가격은 한 망에 최고 40만 원 가까이 거래됐지만, 이달 들어 90% 넘게 떨어졌습니다.
▶ 인터뷰 : 김장태 / 서천군 수협 유통판매사업팀장
- "금년은 풍작이고요. 작년에 태풍이나 이런 것도 없었고 기상이 무난하다 보니까…."
어민들은 물김 가격이 폭락한 가장 큰 원인으로 정부의 정책을 꼽고 있습니다.
지난해 수출 호황으로 마른김 가격이 금값이 되자 해양수산부가 축구장 3,800개에 해당하는 물김 양식장 2천700ha의 개발을 허가했습니다.
물량은 넘쳐나게 됐지만, 이를 사가는 공장은 한정적이다 보니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마른김 가공업체 관계자
- "공장도 더 갖다 놓고 싶어도 하루가 지나면 상해버리니까 비축을 못 하는 거죠."
어민들은 정부 때문에 고사 위기에 처했다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공무철 / 충남 서천군 송석어촌계장
- "과잉 생산되는 양을 폐기 처분을 하되 그만큼의 물적이나 아니면 금전적이나 보상을…."
물김 과잉 생산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MBN뉴스 김영현입니다. [ yhkim@mbn.co.kr ]
영상취재 : 박인학 기자
영상편집 : 최형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