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에서 참사가 일어난 지 사흘째, 활주로 주변 흙과 콘크리트로 만든 둔덕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둔덕엔 여객기 착륙을 돕는 '로컬라이저'가 있었는데, 저 위치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으면 안 된다, 피해를 키운 원인이라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죠.
그런데 이 로컬라이저와 여객기가 충돌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설계와 공사를 추진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로컬라이저 개선 공사를 하려고 만든 제안서에 "지지대가 잘 부서지게 하여야 한다"고 쓰여있던 겁니다.
충돌 사고를 가정하고 규격까지 만들었는데 왜 단단한 콘크리트를 사용한 걸까요?
의문이 남습니다.
첫 소식, 강세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기자 】
무안공항 로컬라이저는 현대화 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지난해 개선 공사를 했습니다.
이에 앞선 2021년, 한국공항공사는 사업에 입찰할 업체들이 참고하도록 제안 요청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제안서를 확인해보니 '로컬라이저 규격'에 안테나 지지대가 잘 부러져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지지물은 철재 또는 알루미늄 타워로 되어야 하며 자체 지지 구조물로서 잘 부러지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의 지침도 참고하라고 명시했는데, 이곳엔 "항공기 구조가 유지되도록 충격 시 구조물이 파손이나 변형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2020년 설계용역 과업내용서에도 안테나, 철탑뿐만 아니라 기초대도 취약성(Frangibility) 그러니까 충돌하면 잘 부서지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설계와 공사 단계부터 충돌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국토교통부는 로컬라이저가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어 콘크리트를 깔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홍락 / 국토교통부 공항정책관
- "비바람이나 이게 흔들리면 안 되니까 고정하기 위해서 하는 거거든요. 재료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을 해서 콘크리트 지지대를 받친…."
하지만 충돌 사고까지 가정해 규격을 만들고 콘크리트를 사용한 건 의문이 남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 인터뷰 : 고승희 /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 "규정을 만든 설계 의도에서 벗어났잖아요. 위험을 초래하면 안 된다는 게 설계 의도이기 때문에 당연히 담벼락이라도 자연스럽게 치고 가는 정도가 되는 게 맞지…."
경찰은 로컬라이저 설치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할 방침입니다.
MBN뉴스 강세현입니다. [accent@mbn.co.kr]
영상취재 : 김영호 기자·이호준 VJ
영상편집 : 이재형
그래픽 : 정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