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비한 4시간"…경찰, '홍천 일병 사망 사건' 지휘관들 수사

홀로 37㎏ 장비 옮기다 비탈면 추락…발견 뒤 27분 지나 119 신고
군 헬기 구조 실패에 이송 지연…부검 결과 콩팥 파열 등으로 숨져

↑ 포사격 훈련중 폭발사고 /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월 강원 홍천 산악지대에서 훈련 중 굴러떨어져 숨진 육군 일병 사건과 관련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지휘관 등이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오늘(15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6일 군 당국으로부터 A 중사와 B 하사, 이들로부터 보고받은 C 소대장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지난 10월 25일 홍천군 아미산 경사로에서 굴러떨어져 크게 다친 김모(20) 일병에게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의혹을 받습니다.

김 일병의 유족 측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전 8시 통신병이던 김 일병은 무전병 3명을 호출하는 방송을 듣고 통신장비를 차량에 실어 A 중사, B 하사, 운전병, 상병 등 4명과 훈련장소인 아미산으로 향했습니다.

A 중사는 '차에서 확인할 게 있다'며 대원들만 올려보냈고, 운전병이 A 중사 대신 12㎏ 장비를 매고 산에 올랐습니다. A 중사의 훈련 불참으로 B 하사와 상병, 김 일병도 각각 12㎏, 14.5㎏, 25.16㎏의 장비를 매고 훈련에 나섰습니다. 차후 조사 결과 A 중사는 훈련에 참여해야 하는 인원이었지만 차에서 휴대전화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예정에 없던 훈련을 하게 돼 전투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있던 운전병이 산행 중간에 다리를 삐끗하면서 김 일병이 12㎏ 장비까지 대신 짊어지게 됐습니다. 김 일병은 원래 자신의 25㎏ 짐과 운전병의 12㎏ 짐을 번갈아 올려다 놓는 방법으로 산을 오르던 중 사고를 당했고, 일행들에 의해 비탈면에서 오후 2시 29분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27분이 지난 오후 2시 56분 포대장 지시로 119에 김 일병 구조 요청이 이뤄졌고, 오후 6시 29분 김 일병은 원주 세브란스 기독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김 일병은 5번 목뼈 골절과 왼쪽 콩팥 파열로 인해 숨졌습니다.

↑ 자료화면 / 사진=연합뉴스

유족은 김 일병의 발견부터 사망까지의 '4시간'에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김 일병을 발견한 뒤 27분간 부대에 보고하며 시간을 허비했고, 산이 험해 지상 구조가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의무군대 종합센터에 1시간 뒤에 신고했으며, 군 헬기가 구조에 실패하고 돌아간 뒤 소방헬기가 출동하는 등 구조가 지체되면서 사망에 이르렀다고 유족은 주장합니다.

또 오후 4시 51분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음에도 군 당국이 5분 뒤 부모에게 "훈련 중 굴러 다리를 다쳤다"고 설명한 점에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유족이 발견 당시 통화 녹취를 확인한 바로는 김 일병은 "2바퀴쯤 굴러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응급실에 가고 싶다", "물"이라고 표현했으며, 심지어 물을 달라고 했을 때 B 하사가 "물 줄게 ○○야"라고 욕설을 섞은 말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유족은 김 일병의 죽음에 관한 의문이 풀릴 때까지 시신을 냉동고에 안치하기로 하는 한편, 군인아들부모님카페(군화모)에 이번 사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탄원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