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2024년 계엄 상황에 충격…억압으로 돌아가지 않길"

스톡홀롬서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간담회
“경찰, 군인 태도 인상 깊어…최대한 소극적 움직임 느낌”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 한강은 계엄 사태와 관련해 “2024년에 계엄 상황이 전개된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한강 작가는 6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으로 인한 한국의 급박한 정세에 솔직한 심경을 밝혔습니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과거와 비교하며 “지금이 다른 점은 모든 사람이 생중계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저도 그 모습들을 지켜봤는데 맨몸으로 장갑차 앞을 막았던 분도 보였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을 껴안으며 제지하는 모습, 총을 들고 다가오는 사람 앞에서 버티려는 모습, 군인들이 갈 때는 아들들한테 하듯이 소리치는 모습을 봤다”고 회상했습니다.

한강 작가는 젊은 군인과 경찰의 태도에 대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판단하려고 애쓰고, 충돌 속에서도 최대한 소극적으로 행동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명령을 내린 사람들에게는 소극적으로 보였겠지만,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강 작가는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론을 막고 통제하던 방식으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폭력적 통치의 방식으로 회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 시점 문학과 예술이 가지는 역할에 대해 “문학은 타인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라며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판단하고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내적인 힘을 기른다”고 했습니다.

한강 작가의 작품 중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하며, 역사의 한 가운데 선 개인의 고통과 내면을 섬세하게 그렸습니다.

한강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다”며 “광주에서 학살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은 내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 비밀스러운 계기가 됐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노벨문학상을 선정한 주최 측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한다.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