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초기 학습진단·챗봇 완성도 관건
↑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시연/사진= 연합뉴스 |
"I'm practicing my dance moves."
중학교 1학년 영어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한 A사 관계자가 화면에 뜬 문장을 읽고 '결과 보기'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음성 분석 결과가 제시됐습니다.
음성의 억양과 영어 발음의 정확도가 어느 정도인지 즉각 알 수 있었습니다. AI는 이를 단어 단위로 평가해 30점 미만은 보충학습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빨간색 글씨, 30점 이상 70점 미만은 보통이라는 뜻의 검은색 글씨, 70점 이상은 통과라는 의미로 파란색 글씨로 각각 표시됐습니다.
A사 관계자는 "내성적인 학생은 영어 말하기 평가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AI 디지털교과서에서는 그런 부담 없이 음성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말 검정 심사를 통과한 76종의 AI 디지털교과서 실물이 교과서 연구재단의 웹 전시 시스템을 통해 오늘(2일) 공개됐습니다.
이에 맞춰 중1 영어 과목 AI 디지털교과서 개발사 관계자들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AI 디지털교과서 수업을 시연했습니다.
'현재진행형'을 배우는 단원에서 이 AI교과서는 예시문을 주고 현재진행형을 활용해 짧은 글을 써보라고 학생들에게 요구했습니다.
학생 역할을 담당한 개발사 관계자가 현재진행형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교과서에 포함된 AI 챗봇 기능을 클릭해 '현재 진행형을 어떻게 써야 하니'라고 묻자 바로 'be동사+ing 형태로 쓸 수 있다'는 안내가 나왔습니다.
학생이 이를 토대로 글쓰기를 완성하면 작문의 구성과 문법·단어의 적절성 등을 AI교과서가 바로 첨삭해줬습니다.
↑ AI 디지털교과서 시연/사진= 연합뉴스 |
학생별 말하기, 글쓰기 분석 결과는 교사에게도 즉각 전달됐습니다.
성취 수준이 미진한 학생에겐 AI는 물론 교사가 보충 학습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A사 관계자는 "지금은 평가하려면 교사가 학습지를 만들고 인쇄하고 배포한 뒤 수기로 채점한다"며 "AI교과서로 새 업무가 증가할 것이라고 하지만 상당히 많은 기존 업무가 경감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에 도입되는 AI교과서는 각 학교의 채택 과정을 거쳐 내년 신학기부터 초3∼4, 중1, 고1의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베일을 벗은 AI교과서는 제대로만 활용된다면 개별 맞춤형 학습을 실현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을 보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내성적이어서 남 앞에서 발표하기 힘들어하는 학생의 경우 AI교과서가 효과적인 학습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영어 수업의 경우 문법보다도 '말하기' 때문에 이른바 '영포자'(영어를 포기한 학생)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실력이 뒤처지더라도 마음 놓고 영어 말하기를 연습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되더라도 영어 학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사 입장에선 학생들이 얼마나 수업을 이해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AI 디지털교과서 시연/사진= 연합뉴스 |
다만 도입 초기에 AI교과서 활용도가 낮아 학습 데이터 축적량이 적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학습 진단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AI교과서 챗봇에서 엉뚱한 답변이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할지도 완성도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A사 관계자는 현재 나와 있는 기능만으로도 학생의 학습 패턴을 분석해 학습 진단에는 무리가 없다면서도 "도입
또 "AI교과서 개발 가이드라인에 AI 윤리가 엄격히 적용돼 있고, 금칙어·욕설 등을 충분히 필터링하도록 개발됐다"며 "학생들의 예상 질문을 분석해 추가 보완할 부분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유민 디지털뉴스부 인턴 기자 mikoto2306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