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당국, 가해 학생들에게 서면사과 조치…학부모들 "징계 가벼워"
↑ 경기 성남 A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학교폭력 OUT' 근조 화환/사진=연합뉴스 |
자녀가 학교폭력 사안의 가해자로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경기 성남시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지역 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23일) 오전 11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A초등학교 앞 인도에는 이 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학폭) 사안과 해당 시의원의 책임 있는 조치 등을 요구하는 근조 화환 120여 개가 길게 늘어섰습니다.
해당 시의원의 진심 어린 사과와 의원직 사퇴 등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과 이에 동참하는 온라인 맘카페 학부모들이 개별적으로 보낸 것입니다.
근조 화환에는 '당신의 침묵은 공범입니다', '어른들이 알아주지 못해 미안해', '아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마세요','학교폭력 OUT' 등의 문구가 적혔습니다
또 '학급 이동은 솜방망이 처벌', '학폭 부모 시의원 사퇴하라', '반성하고 사퇴하세요', 가해자 전원 강제 전학 요구한다' 등 가해자 등에 대한 엄정한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근조 화환을 보낸 한 학부모는 "어떠한 학교폭력이 발생하더라도 어른들이 늘 지켜주겠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이번 학폭 사안과 관련한 오픈 단체대화방에 참여하고 있는데, 많은 분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해 근조 화환 시위에 동참했다"며 "가해자 부모인 시의원은 사퇴하고 당국은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 경기 성남 A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학교폭력 OUT' 근조 화환/사진=연합뉴스 |
그러나 학교 앞 근조 화환 시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A초등학교 학부모회장 B씨는 "학교와 교육청에 경각심을 주려는 취지에서 근조 화환을 보냈다는데 오싹하다"며 "근조 화환은 사람이 죽었을 때 보내는 거 아니냐. 통학로에 이렇게 하면 아이들에게 또 다른 폭력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바람에 넘어진 근조 화환을 가리키며 "저렇게 바닥에 나뒹구는 데 마음대로 치울 수 없다고 한다"며 "아이들에게 해로운 환경을 만들어 놓은 건데 피해자가 동의한 것이냐"고 근조 화한 시위에 반대의 뜻을 밝혔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어제(22일) 이번 학폭 사안과 관련한 오픈 단체대화방을 만들었고, 600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기도 교육청 등에 따르면 앞서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성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성남시의원의 자녀를 포함한 학생 4명이 C학생을 상대로 공원에서 과자와 모래를 섞어 먹이고, 게임 벌칙 수행을 이유로 몸을 짓누르고 흉기로 위협하는 등 폭력을 저질렀습니다.
교육 당국은 신고를 받고 조사에 나서 학교폭력 사실을 확인한 뒤 최근 학폭위 심의를 열어 가해 학생 중 2명에게 서면사과와 학급교체 조치를 했습니다. 가담 정도가 덜한 1명에게는 서면사과와 학교에서의 봉사 4시간, 나머지 1명에게는 서면사과 조치했습니다.
아울러 학폭위에 참석한 피해자인 C학생의 부모도 학급교체를 요청해 C학생 역시 학급이 교체됐습니다.
그러나 성남지역 일부 학부모를 중심으로 지역 사회에서는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가 가볍다', '가해 학생 부모인 시의원은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어제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의 경기도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사안 대책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의 질의에 임태희 경기도 교육감은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의 심의 과정에 대한 감사를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 경기 성남 A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학교폭력 OUT' 근조 화환/사진=연합뉴스 |
[김유민 디지털뉴스부 인턴 기자 mikoto2306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