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 공무원들의 사비를 걷어 국장 또는 과장에게 밥을 대접하는 이른바 '모시는 날' 관행이 공직 사회에서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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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공직 사회 '모시는 날' 관행에 대한 공무원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1만 2,526명의 지방공무원 중 9,479명, 75.7%가 '모시는 날'을 알고 있었습니다.
'모시는 날'을 인식하고 있는 지방공무원들 중 5,514명은 최근 1년 이내에 '모시는 날'을 직접 경험했거나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44%에 해당합니다.
'모시는 날'은 57.6%로 주로 점심 식사에 이뤄졌으며, 술자리가 10.4%, 저녁 식사가 7.2%로 뒤를 이었습니다. 대상은 대부분 소속 부서의 국장과 과장이었습니다.
식사비용 부담 방식으로는 소속 팀 별로 사비를 걷어 운영하는 팀 비에서 지출한다는 응답이 55.6%로 가장 많았습니다.
사비로 당일 비용을 갹출하거나 미리 돈을 걷어 놓는다는 답이 21.5%, 근무 기관 재정을 편법·불법 사용한다는 답변도 4.1%였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지방공무원 69.2%는 '모시는 날'을 부정적으로 생각했으며 이중 '매우 부정적'이라는 반응이 44.7%이었습니다. '모시는 날'이 필요한지를 묻는 말에 '전혀 필요하지 않다'가 43.1%, '별로 필요하지 않다'가 25.8%였습니다. 그 이유로는 '시대에 안 맞는 불합리한 관행'이라는 답이 84%에 달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기술해 달라'는 설문조사 내 선택형 답변 항목에는 2,000여 명이 참여했는데, "9급 3호봉인데 매달 10만 원씩 내는 게 부담스럽다", "월급 500만원 받는 분들이 200만원 받는 청년들 돈으로 점심 먹는 게 이상하다", "차라리 본인 몫의 식사비만이라도 지불했으면", "식당을 고르고 승인받고 예약하고 미리 가서 수저 세팅까지 하느라 오전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는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실제 소속 기관의 실명을 거론하거나 구체적인 혐의 감사를 요구하는 응답도 다수 있었습니다.
위성곤 의원은 "젊고 유능한 공직자들이 느끼는 무력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장 실태를 모르는 중앙부처 담당자들은 수박 겉핥기식 탁상행정으로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