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야유에 심경 밝혀…"처음이라 아무래도 당황스러웠다"
↑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오만전을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7일 오후(현지시간)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밖의 일은 밖의 일이고…경기장 안에서만이라도 우리 선수들을 응원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5일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1차전이 치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붉은악마와 태극전사가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킥오프 전부터 전광판에 홍 감독의 모습이 나올 때면, 붉은악마를 비롯한 팬들은 곧바로 야유를 보냈습니다. 이런 모습은 90분 내내 이어졌습니다.
승부가 홈팀 한국의 패배나 다름없는 0-0 무승부로 끝나자 경기장은 다시 한번 '우~' 하는 야유소리로 진동했습니다.
그러자 김민재(뮌헨)가 붉은악마가 있는 관중석 쪽으로 가 진정하라는 듯한 손동작을 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선수와 팬이 충돌하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김민재를 향해서도 비난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이 경기는 선임 과정의 공정성 논란 속에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복귀전이기도 했습니다.
홍 감독은 10년 전 2014 브라질 월드컵 도전을 처절한 실패로 끝낸 뒤 과도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감내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로부터 야유받은 일은 없었습니다. 홍 감독 자신에게도 꽤 충격적인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오만전을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7일 오후(현지시간)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팀 훈련 중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표팀은 오만과의 3차 예선 2차전 원정 경기를 사흘 앞둔 어제(7일) 결전지인 오만 무스카트에 도착해 첫 훈련을 소화했습니다.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홍 감독은 거센 야유를 받으면서 어땠는지를 묻는 말에 "처음 하는 거니까, 아무래도 당황스러운 점이 없다고는 얘기할 수 없겠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면서 "비난이야 감독이 받으면 되는 거지만, 우리 선수들한테는 응원해주길 바란다"며 팬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홍 감독은 "나도 이런 것들은 처음 경험하기 때문에, 지난 경기 분위기, 흐름, 선수들의 생각, 이런 것들이 또 다음 경기에서는 어떻게 이어질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결속력, 응집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좋은 경기 결과 만드는 게 내 역할이다. 선수들은 너무 불필요하게 다른 생각하지는 말고, 경기에만 집중하기를 바란다. 그 방법이 최선"이라고 다잡았습니다.
이어 "김민재는 항상 팬들에게 감사하면서, 팬들의 응원에 힘을 받으며 뛰는 선수"라면서 "어떻게 보면, 나에 대한 이런 것들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린 뒤 씁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한편, 홍 감독과 대표팀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로 향하는 도전의 시작부터 '코너'에 몰렸습니다.
대표팀이 B조 약체로 분류되는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홈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한 건 매우 뼈아픈 결과입니다.
홍 감독 선임 직후부터 일기 시작한 '경질 여론'은 더 커졌고, 여기에 팬들의 야유 등으로 대표팀을 둘러싼 분위기도 어
오만에 이기지 못하면, 이 모든 것들은 더욱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게 뻔합니다.
홍명보호가 첫 승리에 도전할 오만과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2차전은 한국 시간으로 모레(10일) 오후 11시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진행됩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