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오래돼 설치하려면 전면 리모델링해야…"예산 확보 어려워"
↑ 폭염 속 지하철역/사진=연합뉴스 |
지난달 31일부터 서울 전역에 발효된 폭염 경보가 20일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냉방시설을 갖추지 않은 지하철역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도 괴롭게 느껴진다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18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하철 1∼8호선 275개 역사 중 50곳(18.18%)에는 냉방시설이 없습니다. 50곳 중 24곳은 2호선 성수역처럼 야외에 있는 '지상 역사'로 냉방시설 설치가 불가능한 곳입니다.
나머지 26곳은 지하 역사로 2호선 아현·충정로역 등 4곳, 3호선 경복궁·남부터미널역 등 18곳, 4호선 서울·신용산역 등 4곳입니다.
이들 역사 대부분이 만들어진 지 오래돼 설계 당시 고려되지 않았던 냉방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전면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냉방시설 공사를 하려면 역당 630억 이상이 소요돼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공사는 승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지상 역사에는 고객 대기실, 지하 역사에는 이동식 냉풍기를 놓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승강장의 열기를 식히는 데는 큰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 놓인 냉풍기/사진=연합뉴스 |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4.3도까지 오른 그제(16일)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 설치된 냉풍기 앞에 서 있던 직장인 임진솔(34)씨는 "(냉풍기) 바로 앞만 시원해서 열차를 기다릴 때 최대한 냉풍기 앞에 있으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기가 있어도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날 오후 5시 경복궁역 승강장에 놓인 냉풍기 4대는 모두 전원코드가 빠져 있거나 전원이 꺼진 상태였습니다.
경복궁역 인근 직장에 다니는 박소연(59) 씨는 "출퇴근할 때마다 더워서 힘이 든다. 냉풍기를 보긴 했는데 고장이 났는지 켜져 있는 걸 본 적이 없다"며 부채질을 이어 나갔습니다.
역 관계자는 "한 달 전쯤 서울시에서 4대를 가져다 놓았는데 역 구조상 3대는 전원 코드 자체를 연결할 수 없고 1대는 누전차단기가 없어 작동을 못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승객들은 예산 등 현실적인 이유로 냉방시설을 갖추기 어렵다면 냉풍기 수를 늘리거나 있는 기기라도 제대로 작동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역이 일터인 이들은 더 큰 고충을 토로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국역에서 일하는 50대 A 씨는 "에어컨이 없어서 땀이 많이 난다"며 "땀을 흡수해 주는 게
한 역무원은 "냉풍기가 승강기 양 끝 쪽에 딱 2대 있는데 그것 가지고는 턱도 없다"며 "너무 덥고 힘들지만 3년마다 근무지가 바뀌어서 다른 역에 갈 날만 기다리며 버티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