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 사는데 모르는 남자가 '동거인'?…무슨 일

허위 임대차 계약서 만들어 불법 전입
법 맹점 이용…즉시 퇴거 어려워
"행정절차 밟기 위해 한 달 더 견디라니…현행법 고쳐져야"

↑ 국민신문고 민원 내용./ 사진=연합뉴스

여성 혼자 사는 집에 일면식도 없는 남성이 동거인으로 불법 전입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남성은 허위로 작성한 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해 전입신고를 했습니다. 다만 강제로 퇴거시키기가 쉽지 않아 법 규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어제(1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여성 직장인 A 씨는 지난달 말쯤 검찰청에서 날아온 거액의 벌금 통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무려 1,800만 원에 달하는 벌금이 자기 주소에 함께 등록된 남성 B 씨에게 부과됐기 때문입니다.

A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민센터에서 서류를 떼어봤습니다. 서류에 따르면 B 씨는 지난 7월 1일부터 동거인으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B 씨는 불법 전입을 위해 자기 맘대로 A 씨와 임대 계약서를 만들어 주민센터에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대 계약서에는 보증금 500만 원, 월세 50만 원을 지불하기로 했다면서 A 씨의 주소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도 엉터리로 적어 놓았습니다. B 씨는 허위 임대차 계약서를 만들기 전에 A 씨가 사는 집의 건축물대장도 떼어봤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큰 문제는 사문서까지 위조하면서 불법 전입한 B 씨를 즉시 퇴거시키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주민센터는 B 씨와 연락해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그를 즉시 퇴거 조치하지 않고 규정을 따라야 한다며 A 씨가 현재 주소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도록 했습니다.

↑ 허위 임대차 계약서./ 사진=연합뉴스

A 씨는 피해자가 계속 범죄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보다 범죄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애쓰는 법 규정에 당황했지만 일단 주민센터의 요구대로 했습니다. A 씨는 주민센터 직원이 방문할 때 집에 대기하며 실제 살고 있음을 확인해 주고 집과 자기 발이 나오는 사진도 찍었습니다. 추가로 주민센터에서 보내는 우편물을 반송하는 절차도 밟아야 합니다. A 씨가 이런 절차들을 차질 없이 모두 밟으려면 한 달이 걸린다고 합니다.

A 씨는 이런 일들을 처리하느라 회사에 휴가까지 냈으며 B 씨를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경찰서에 고소한 상황입니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자신의 억울한 사연도 알렸습니다.

B 씨는 주민센터의 연락을 받고 퇴거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후 열흘 넘게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결국 행정절차가 마무리돼 강제 퇴거가 이뤄질 때까지 A 씨와 계속 동거인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큰 상태입니다. 주민센터는 행정 규정을 따를 뿐이고 위법 행위에 대한 판단은 경찰이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A 씨는 "내가 현재 주소지의 실제 거주자이고 B 씨의 범죄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에 바로 그의 전입신고를 말소해야 한다. 주민센터의 착오로 범죄자랑 한 달 이상 동거인이 된 것도 끔찍한데 행정 절차를 밟기 위해 다시 한 달을 더 견디라는 현행법은 고쳐져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B 씨가 많은 집 중에 여자 혼자 사는 우리 집을 범행 대상으로 택했다는 점도 걱정되는 부분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김가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gghh7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