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양육 인구 1,500만…”우리, 함께할 수 있을까?” [인기척]

급증하는 반려 인구, 관련 규제는 ‘한걸음 뒤’

↑ IFC몰에서 만난 강아지 ‘설이’ / 사진=MBN 인기척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산책시킬 곳이 마땅치 않아서 반려동물과 함께 입장 가능한 쇼핑몰이나 식당을 자주 찾아다니고 있어요.”

비가 내리던 평일 오후, A 씨는 가족과 함께 반려동물을 데리고 여의도에 있는 한 쇼핑몰을 찾았습니다.

반려견 ‘설이’의 보호자 A 씨는 “평소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매장을 찾아다니는 편인데 갈 곳이 많지 않다”며 “그나마 있던 곳도 신고로 인해 줄어드는 추세라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공간은 관련 규제로 인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관련 법이 현실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반려동물 키우는 인구 계속 늘어가는데…카페 데려가는 건 불법?

↑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따라 카페 내부에 별도의 반려동물 전용 공간이 마련돼 있는 모습 / 사진=MBN 인기척

최근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 명을 돌파한 가운데, 네 집 중 한 집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금융지주의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55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5.7%를 차지했습니다. 2020년 말(536만 가구)과 비교해 보면 2년 새 16만 가구가 급증한 셈입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펫 프렌들리' 업장도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카페나 식당에서 반려동물과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사실상 불법입니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카페·음식점 등 식품접객업소에서 고객이 동물과 같은 자리에 앉아 음식물을 먹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식품접객업소에서 반려동물 입장을 허용하려면 업주는 영업장과 분리된 반려동물 전용 공간과 출입구를 마련해야 합니다.

반려동물을 데리고 갈 수 있는 편의시설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불편을 토로합니다.

↑ IFC몰에서 만난 강아지 ‘파이’ / 사진=MBN 인기척

쇼핑몰에서 만난 반려견 ‘파이’의 보호자 B 씨는 “강아지를 식당에 데려갈 수 없어 가족들과 교대로 식사한다”며 식당 밖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파이가 노견이라 앞을 잘 보지 못해 혼자 둘 수가 없다”며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규제가 완화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 ‘규제 샌드박스’로 한시적 허용… 규제 완화될까

↑ 규제 샌드박스를 받아 반려동물과 동반할 수 있는 ‘펫 프렌들리’ 매장으로 운영 중인 한 프랜차이즈 카페 / 사진=MBN 인기척

정부는 반려동물 동반 시설에 대한 수요에 맞춰 2025년 말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정 전까지는 한시적으로 규제를 허용해 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운영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신청 과정이 복잡해 신청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개인 사업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규제 특례를 받기까지 신청일로부터 최대 90일이 소요돼, 실제로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시설은 일부 대기업에 국한된 실정입니다.

반려동물 출입이 허용된 매장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122곳에 불과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규제 샌드박스 시행 결과 등을 토대로 오는 2025년 12월 식품위생법 시행 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려 인구 1,500만 시대…”우리, 함께할 수 있을까?”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보고서’ 따르면, 반려 인구 80% 이상은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다만, 반려동물이 '기르는 동물'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인식이 확산하며 ‘인간의 공간’과 ‘반려동물 공간’의 구분이 희미해지는 가운데, 비(非)반려인과의 갈등 가능성 등 우려도 제기되는 게 사실입니다.

음식을 먹는 장소에 동물이 함께 있는 것이 비위생적이라거나, 꾸준히 발생하는 개 물림 사고를 비롯한 안전사고 우려도 여전합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자기만의 편리를 추구하다 보면 타인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며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고, 남의 불편을 조심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다가오는 미래,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공간이 충분한 ‘펫 프렌들리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인기척은 MBN '인'턴 '기'자들이 '척'하니 알려드리는 체험형 기사입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 윤도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oloopp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