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 전도…학생 중심 축제 분위기 형성돼야"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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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중앙대 축제에서 공연을 기다리는 학생들/사진=연합뉴스 |
중간고사를 마친 대학가가 5월 본격적인 축제 시즌에 접어들면서 각 대학의 '인기 가수 섭외전'이 치열합니다. 일각에서는 대학 축제가 아이돌 잔치로 변질해 섭외 부담만 커지고 있다며 학생 주체의 대학 축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대학 축제의 초점이 '어떤 연예인이 오는가'에 맞춰져 있는 탓에 매년 이맘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00대학 축제 라인업'이라는 이름의 게시글과 공연한 가수를 촬영한 '직캠' 영상이 화제가 됩니다.
지난 8일 축제를 진행한 한국외대는 올해 싸이와 아이돌그룹 아일릿을 섭외했습니다. 이달 말 축제가 열릴 경희대는 데이식스·비비·실리카겔·이승윤, 동국대도 싸이·데이식스·10cm 등 유명 가수와 그룹의 공연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러한 인기 연예인 공연이 축제의 활기를 더해준다는 의견도 있지만, 각 대학 측의 시름은 깊습니다.
서울 시내 대부분 학교는 축제 비용으로 1억 5000만∼3억 원 정도를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용은 학교가 부담하는 교비와 재학생이 납부한 학생회비, 졸업생 및 주변 상인 등의 외부 후원금으로 충당합니다. 이 같은 재원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지만 한 팀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연예인 섭외 비용은 오히려 해마다 뛰고 있습니다.
한양대 총학생회가 지난해 상반기 발표한 자금 운용 현황에 따르면 작년 축제 전체 지출 중 '아티스트 섭외비'가 49.75%로 약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거기에 무대 설치 및 진행비는 25.31%로, 두 항목을 합치면 전체 예산의 약 75%가 공연에 쓰인 셈입니다.
한 서울 시내 대학 총학생회 임원은 "축제가 학생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있고, 누가 오느냐에 따라 안팎에서 바라보는 축제의 '급'이 달라지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가수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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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여대 축제 부스 앞 북적이는 학생들/사진=연합뉴스 |
축제에서 연예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K팝 스타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높아지면서 재원 마련에 실패해 결국 축제를 취소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국민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 "봄축제를 추진하기 위해 지속해 논의했으나 비대위 체제로 인한 예산 감소 및 인력 부족 등의 사유로 진행이 무산됐다"고 공지한 바 있습니다.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대학 축제를 바라보는 재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연세대 1학년 손민수(21)씨는 "가수 초청으로 외부인 방문이 증가하면 각 학과 주점의 매출이 오르고, 이는 곧 재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온다고 생각한다"며 "대학 생활의 낭만을 충족시키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 긍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반면 건국대 4학년 윤지선(25)씨는 "대학 간 라인업 경쟁 때문에 서로 더 인기 있는 가수를 섭외하려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예산이 낭비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며 "축제보다는 노후화한 학교시설 보수나 '천원 학식' 등 학생 복지에 더 신경 써줬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학 축제를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꾸며
서울의 한 대학 학생회 관계자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주점이나 부스, 학생들의 자체 콘텐츠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며 "연예인 섭외 명단으로 학교의 네임밸류를 가르고 축제의 질을 평가하는 분위기가 안타깝다"고 전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