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 신고 건수 증가하는데 구속 수사율은 여전히 낮아
여가부 "교제폭력 정책 사각지대 발굴하고 보완하겠다"
강남역 한복판에서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의대생 사건으로 다시금 교제살인·폭력을 막을 법적 보호망 정비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
↑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20대 의대생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얼굴을 가리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교제폭력으로 검거한 피의자 수는 2020년 8,951명에서 2023년 1만3,939명으로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2020년 대비 55.7% 증가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구속 수사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이 112신고접수시스템에서 가해자가 ‘애인 등’으로 분류된 사건을 수기로 분석한 결과 검거 인원 가운데 구속 수사를 받는 비율은 1, 2%대에 머물렀습니다.
2020년에는 검거된 8,951명 중 2.4%에 해당하는 212명이, 2023년에는 1만 3,939명 중 2.2%에 해당하는 310명만이 구속됐습니다.
![]() |
↑ 전 연인을 찾아가 성관계를 요구하고 거부당하자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20대 남성이 체포됐다. 경찰은 추가 범행을 막으려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사진 = MBN뉴스 방송화면 |
교제 살인과 관련한 정부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언론 보도된 사건을 자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최소 138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7일에 한 명 꼴로 여성들이 평소 알고 지내던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 셈입니다.
데이트 폭력 특성상 드러나지 않은 실제 사건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치안 전망 2024' 보고서는 "교제 폭력은 친밀한 관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폭력 행위라는 점에서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거나 상대방의 폭력 행사를 수인하는 경우도 상당수 발생한다"며 "이에 따라 교제 폭력 행위가 신고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상당 부분 암수 범죄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소장은 "매년 정부에 '통계라도 있어야 제대로 된 원인 분석과 대책 수립이 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듣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여성가족부는 이번 사건 뿐 아니라 교제폭력 사건이 지속 발생하는 만큼 정책의 사각지대를 발굴,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