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사진=연합뉴스 |
서울 한 구청에서 20년 넘게 운전직 공무원으로 근무한 A(64)씨는 6년 전인 2018년, 제설 차량 종합검사를 받기 위해 검사소에 가던 중 끔찍한 교통사고를 겪었습니다.
차량이 고속도로 방음벽을 들이받으면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A씨의 몸통이 조수석 앞 유리창에 껴버렸습니다.
이 사고로 A씨는 저산소성 뇌 손상과 함께 사지 마비를 얻게 됐습니다.
2020년 퇴직한 그는 2년 뒤 인천보훈지청에 국가유공자와 보훈 보상 대상자 등록을 신청했습니다.
공무원이 직무수행 등을 하다가 다치면 국가유공자법에 따라 '공상 공무원'이 되거나 보훈 보상법에 따라 '재해부상 공무원'이 돼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고 당시 수행한 직무가 국민 생명이나 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었다면 국가유공자가 되고 그렇지 않았다면 보훈 보상 대상자가 됩니다.
그러나 인천보훈지청은 보훈심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A씨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근무지에서 가장 가까운 검사소로 가지 않고 부천까지 가려다가 사고가 난데다, 당일 오후 출장 기록도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지난해 6월 A씨는 "공무로 인한 출장 중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인천보훈지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그는 소송에서 "다목적차량의 종합검사를 하는 지정 검사소는 없다"며 "사고 당일 오후에 길이 막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게 나아 부천 검사소까지 갔던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운전직 공무원은 상시 출장이 많지만 예산 문제로 하루 4시간만 출장 기록을 썼다"며 "출장 명령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유공자와 보훈 보상 대상자 등록 신청을 기각한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은 A씨가 국가 유공자는 아니지만 보훈 보상 대상자에는 해당한다며 지난해 3월 인천보훈지청의 기각 결정을 취소했습니다.
인천지법 행정2단독 최영각 판사는 A씨가 인천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공상·재해 부상 공무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오늘(9일) 밝혔습니다.
최 판사는 "A씨가 직무수행 과정에서 출장 처리 등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었더라도 직무수행 전체를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
다만 "당시 교통사고가 국민의 생명이나 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중에 일어났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국가유공자가 아니라는 결정은 적법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윤도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oloopp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