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라고 무조건 서울로 가는 것 옳지 않아"
↑ 폐암 수술을 받은 한봉주 온종합병원 성형외과 전문의(왼쪽)와 수술을 집도한 최필조 폐암수술센터장이 대화하고 있다. / 사진 = 온종합병원 제공 |
폐암 확진 판정을 받은 지방병원에 근무하는 60대 의사가 이른바 서울 '빅5' 병원에 가지 않고 자신이 일하는 병원 동료의사에 수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성형외과 개원의를 접고 지난 2019년 3월부터 부산 온종합병원 성형센터에서 욕창이나 화상 등을 진료를 해오던 한봉주 과장(68·성형외과전문의)은 지난 4월 11일 가슴 통증이 심해 같은 병원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습니다.
흉부 CT 조영검사를 받고 조기 폐암으로 추정된다는 진단을 받은 한 과장은 왼쪽 폐 결절의 크기는 2.5㎝로, 주치의인 같은 병원 최필조 센터장은 수술을 권했습니다.
가족들은 무조건 수도권 병원에서의 수술을 강력하게 권했지만, 한 과장은 "가장 편하고 나를 가장 잘 아는 동료에게 수술받겠다"고 결정했습니다.
한 과장보다 1년 늦은 2020년 3월부터 같은 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한 최필조 센터장은 동아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주임 교수 출신으로, 흉강 내시경을 통한 폐암수술을 잇달아 성공해왔습니다.
최필조 센터장은 흉강경 수술과 로봇수술을 통해 국내에서 폐암과 흉부종양 분야의 치료를 선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1994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4,000례가 넘는 흉부질환 수술을 시행한 폐암 수술명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결국, 기족들은 "근무하는 지방 종합병원의 의사에게 수술받겠다"는 가장의 뜻에 따르기로 했고, 지난달 4월 23일 3시간 30분에 걸친 폐 분절 절제술로 한 과장의 암세포를 완전히 떼어냈습니다.
조직 검사결과, 한 과장은 침윤성 비점액성 선암종으로 확인됐습니다.
주말인 지난 4일 온종합병원 성형센터 진료실에서 만난 한봉주 과장은 "지난 2021년 1월 병원 검진에서 폐에 작은 결절에 확인됐고, 평소 폐암 명의라고 알고 있던 동료 의사 최필조 센터장을 통해 줄곧 이를 관찰해오다 이번에 조기 폐암으로 추정되면서 곧바로 수술하게 됐다"며 "암이라고 무조건 서울로 가는 것은 옳지 않고, 지역의 대학병원은 물론 중견종합병원에서도 각종 암 치료가 가능한 교수출신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며 일반인 암환자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을 경계하기를 바란다는 마음에서 이번에 언론을 통해 자신의 일을 알리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과장을 수술한 주치의 최필조 센터장은 "다행히도 한 과장은 조기 암으로 확인돼 앞으로 재발 가능성은 낮다"며 "폐암은 자각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쉽지 않으므로 남녀나 흡연 여부 상관없이 해마다 정기검진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2023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폐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약 30%로 낮은 편입니다.
[ 안진우기자 tgar1@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