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가 마약음료 제조책, 15년→18년 형량 늘어

“새로운 유형 범죄로 미성년자 표적, 죄질 불량”

↑ 압수된 마약음료. / 사진=연합뉴스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이 섞인 음료를 마시게 하고, 이를 빌미로 부모로부터 돈을 갈취하려 한 일당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었습니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는 오늘(30일) 오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조직원 길 모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에 미래가 될 미성년자는 특별히 보호받고 국가는 이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미성년자를 오롯이 영리를 취하기 위한 도구로 보고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다수 무고한 피해자를 협박해 이득을 취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와 환각성 중독성 등으로 사회적 해악을 초래하는 마약 범죄를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범죄로 특히 처음부터 미성년자 및 그 부모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필로폰 1회 투약량이 0.03g인 것에 반해 이 사건에서는 마약음료 1병당 3.3배에 달하는 0.1g가량의 필로폰이 함유되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마약음료를 건네받은 피해자들은 당시 15세 내지 17세의 학생들로, 이와 같이 한 번에 다량의 필로폰을 투여할 경우 나이 어린 미성년자에게 심각한 신체적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앞서 길 씨 일당은 지난해 4월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필로폰이 들어간 마약 음료를 만들고,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회라고 속여 미성년자 13명에게 음료를 마시게 한 뒤 협박해 돈을 빼앗으려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가운데 9명이 마약 음료를 마셨고, 6명은 환각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도운 중계기 관리책 김 모 씨에 대해서도 징역 8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했습니다.

마약 제공책 박 모 씨와 보이스피싱 범죄집단 모집책 이 모 씨는 1심과 같은 각각 징역 10년과 7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