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기소 후 뇌물받았다면…대법원 "수사·기소 자체는 정당, 양형은 고려"

↑ 대법원 전경. 사진 = 연합뉴스

자신을 기소한 검사가 형사 사건 상대방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더라도 수사와 기소 자체를 잘못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다만 형량은 다소 줄이기로 했습니다.

오늘(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받았던 A씨의 재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습니다.

지난 2008년 5월 구속 기소된 A씨는 2010년 5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형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검사가 기소 뒤 고소 상대방에게서 뇌물과 접대를 받은 것을 뒤늦게 알고 2021년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재심 개시를 결정한 서울고법의 판단은 무죄가 아닌 감형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지난해 7월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유죄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형량을 1년만 줄인 겁니다.

당시 재판부는 "검사가 뇌물죄로 처벌받은 사실만으로 수사·기소 등 모든 행위가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당시까지 수집된 증거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검사가 A씨를 기소한 것 자체는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피해자(고소 상대방)가 A씨를 압박하기 위해 검사에게 뇌물을 공여한 점은 양형에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서울고법의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원심 형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뇌물을 수수한 것만으로는 공소권 남용이나 위법수집증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 김한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