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 등 진료 축소도…환자들 "어떡하나" 발 동동
↑ 사진=연합뉴스 |
정부의 '대화' 제의에도 불구하고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오늘(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대부분에서 소속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거나, 사직을 결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며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경우, 근무 중인 순천향대 의대 교수 233명 중 93명이 이미 교수협의회에 사직서를 낸 상태로 전해졌습니다.
고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안암·구로·안산)의 전임·임상교수들은 이날 아침 온라인 총회를 연 뒤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이날 오후 6시 의대학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할 예정입니다. 연세대 원주의과대학에서도 교수 정원이 10명인 필수의료과목에서 8명이 지난주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전의교협은 사직서 제출에 전국 40개 의대 중 "거의 대부분이 동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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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24일)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늦추고 의사들과 대화에 나설 방침을 밝혔지만, 의대 교수들이 예정대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2천 명 증원 백지화'를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대 교수들은 어제(24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간담회 결과에 대해서도 "알맹이가 없고 공허하다"고 일축하며, 교수들의 사직과 진료시간 축소를 예정대로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전의교협은 "정부에 의한 입학 정원과 정원 배정의 철회가 없는 한 이번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며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과 주 52시간 근무 등은 예정대로 금일부터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도 "2천 명 증원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원광대병원의 한 교수는 "어제 한동훈 위원장과의 만남으로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처럼 보도됐지만, 교수들의 분위기는 다르다"며 "의대 증원에 대한 논의가 빠져 알맹이가 없고 공허한 이야기만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예정대로 사직서를 강행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2천 명 증원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빠른 시간 내에 정부와 의료계가 마주 앉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하면서도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정원 확대를 기반으로 의료개혁 과제를 반드시 완수하겠다"며 '의대 증원'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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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의 집단 사직 움직임에도 '빅5' 등 주요 병원에서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오늘부터 외래진료를 축소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는 움직임이 없다. 수술은 50%가량 연기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교수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려면 주 중반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도 "아직 사직서 제출 움직임은 없다"며 "외래진료도 전공의 사태로 기존 대비 20% 줄어든 상황 그대로다"고 전했습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다른 대형병원도 외래진료 축소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의료 현장에 큰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고 있지만, 환자들의 불안감은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대구의 한 2차 병원에서 이달 출산하는 A(39) 씨는 "출산 병원에서 의뢰서를 써주면서 신생아를 데리고 대학병원에 가보라는데, 전공의가 없어
그는 "해당 병원은 오늘자로 교수들이 사직서를 낸다는 보도가 나와서 경북대병원으로 가려고 한다"며 "정말 수술실에 들어갈 확률은 낮다지만, 예후가 좋지 않아서 그저 마음이 힘들다"고 불안해 했습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