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이종섭 소환 시기, 수사팀이 결정할 일…해 온 대로 수사할 것"

↑ 이종섭 대사 인사말. 사진 = 주호주 한국대사관 홈페이지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의 소환 조사 시기에 대해 "수사팀이 제반 수사 일정을 감안하면서 사건 관계인과 협의해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오늘(19일) 오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 대사를 4월 재외공관장 회의 때 조사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율 중이냐'는 질문에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저희가 해 온 대로, 하고 있는 대로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실과 이 대사의 '출국 허락' 여부를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인 부분에 대해선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한 불가피한 입장 발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들께 공수처가 거짓말한 모양새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그 부분만 언론에 말씀드린 것이지 다른 이유는 전혀 없다"며 "갑자기 예기치 못한 상황에 들어가 당혹스럽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어제 오전 대통령실이 공수처가 이 대사의 출국을 허락했다고 밝히자 공수처는 곧바로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는데, 이에 다시 대통령실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공수처를 비난한 바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수처가 그렇게 급하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이 대사를 조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공수처가 당장 이 대사를 소환 조사하기는 어렵다는 게 공수처 안팎의 분석입니다.

보통 수사기관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할 때 압수물 분석과 하급자 조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다진 뒤 책임자인 피의자를 소환합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지난 1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의 사무실과 국방부 검찰단·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의 포렌식도 끝내지 못했습니다. 이 대사가 지난 7일 제출한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도 아직 착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계환 사령관, 유재은 법무부 법무관리관 등 핵심 피의자에 대한 소환 조사도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이 대사에 대한 재소환은 아직 요원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특히 공수처는 지난 1월 20일 김진욱 처장이 퇴임한 뒤 수장 대행 체제가 두 달째 계속되고 있는 데다 수사 인력도 부족해 수사에 속도를 내기도 힘들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채 상병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 소속 평검사는 4명 뿐입니다.

공수처 관계자는 "국민들께서 답답하다고 지적하실 수 있지만 주어진 여건 속에서 나름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수사라는 게 '속도를 높이자' 해서 100m 질주하듯 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 김한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