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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안 돌아왔는데…인턴·전임의마저 대거 떠났다

기사입력 2024-03-04 14:09 l 최종수정 2024-03-04 14:18
3월에 계약하는 '신규 인턴·레지던트' 대부분 '임용 포기'
지방·빅5병원 일부서 '전임의' 대거 이탈…서울 대형병원은 "최악은 면해"
"응급실서 응급진료마저 중단"…환자 피해 속출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을 지나서도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가운데, 새로 들어와야 할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마저 대거 임용을 포기했습니다.

일부 지방 병원에서는 '전임의'마저 대거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의사들의 '부재'로 응급실이 응급 진료를 중단하는 등 의료 대란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습니다.

오늘(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수련병원은 매해 3월 들어와야 하는 새로운 인턴과 레지던트가 없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얻고자 병원에서 인턴으로 1년, 진료과목을 정한 레지던트로 3∼4년 수련하는 의사를 말합니다. '매해 3월 1일'에 새로운 수련 연도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달 1일 신규 인력으로 들어와야 할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마저 병원으로 오지 않으면서 의료 공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레지던트 1년차로 임용 예정이었던 인턴은 물론, 인턴 예정이었던 의대 졸업생들의 90% 이상이 임용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서울 시내 수련병원 관계자는 "지금 교수와 전임의들이 전공의들의 업무를 메우고 있지만, 새로운 인턴과 레지던트들이 들어오지 않는 이 상황에선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휴게실을 지나치고 있다. 2024.2.28 / 사진=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휴게실을 지나치고 있다. 2024.2.28 / 사진=연합뉴스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우던 전임의마저 대거 이탈했습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병원에서 세부 진료과목 등을 연구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를 말합니다.

전남대병원에서는 52명 신규 전임의 임용 대상자 중 총 21명이 최종 임용을 포기했습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전공의(레지던트) 4년 차들이 전임의 임용까지 포기하면서, 전임의 정원 40%의 공백이 생겼습니다.

조선대병원도 정원 19명 전임의 중 13명이 임용을 포기하면서 6명만 근무하게 됐습니다.

천안 단국대병원도 3월부터 근무해야 하는 전임의 10명 중 5명만 계약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전공의들의 업무를 메우던 전임의들의 이탈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경우, 지난달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의료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에서 한 환자와 보호자가 로비를 지나고 있다. 2024.3.4 / 사진=연합뉴스
↑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에서 한 환자와 보호자가 로비를 지나고 있다. 2024.3.4 / 사진=연합뉴스

한편, 서울성모병원을 제외한 서울 대형 병원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입니다.

서울대병원 전임의들은 이달 1일 자로 차질 없이 임용됐고, 세브란스병원도 전임의의 큰 이탈 없이 예년 규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전임의들은 전공의들처럼 많이 포기한 상황은 아니다"며 "다만 아직은 상황을 좀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이나 이화의료원, 고대구로병원 등도 전임의의 일부 유출이 있긴 하지만, 아직 크게 우려하거나 혼란을 야기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아직 전임의들의 재계약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교수들이 지속해서 전임의들을 설득 중입니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는 거의 안 돌아왔지만, 전임의는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며 "아주 우려했던 상황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서울이나 수도권도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한 상황에서 이미 한계에 다다른 전임의들이 과중한 업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사직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수도권의 한 상급 종합병원 교수는 "전임의와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 입원 환자 관리와 야간 당직까지 맡다 보니 전임의나 막내 교수 등을 중심으로 사직을 고민한다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2024.2.28 / 사진=연합뉴스
↑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2024.2.28 / 사진=연합뉴스

전공의들에 이어 인턴, 전임의들의 이탈까지 현실화하면서 응급실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운영마저 '파행'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대구 영남대병원 응급실의 경우 의료진 부재로 외과 추적 관찰 환자 외에는 수용이 아예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실은 정형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응급 진료가 중단됐습니다.

계명대 동산병원 응급실도 호흡기내과 의료진이 부족해 호흡곤란 및 호흡기계 감염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응급실에서 내과계 중환자실(MICU) 환자를 더는 수용할 수 없다고 공지한 바 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심근경색과 뇌출혈 등 응급 환자마저도 부분적으로만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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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역시 얼굴을 포함해 단순히 피부가 찢기거나 벌어진 열상 환자의 경우 아예 24시간 응급실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서울 대형병원 관계자는 "현 상황이 지속하면 수술과 진료는 지금보다 더 줄어들고, 응급실 운영도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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