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대란 협상 물꼬 트나...정부 "대표 협의체 필요" vs 의협 "우리가 당사자"

전공의 대거 이탈로 의료 현장의 혼란과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의과대학 증원 등 의료 현안 협의 상대로 대한의사협회 (의협)이 아닌 새로운 기구를 제안해 향후 협상의 계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 사진='먼저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한다' / 연합뉴스

오는 29일을 전공의 복귀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면서 조만간 집단행동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무더기 행정·사법처리가 진행될 가능성이 나오는데, 대화 유화책도 꺼내든 겁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어제(26일) 중대본 브리핑을 통해 "의료계 안에는 개원가하고 사정이 많이 다른 곳들도 있어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대표성 있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비대위를 꾸리고 '중재' 역할을 자처해 복지부와 만남을 가졌으며, 일부 교수들은 "의협보다는 의과대학이나 대학병원의 수장이 더 대표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이에 의협은 의협의 대표성을 지적한 정부 브리핑에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정부가 의협 비대위는 일부 의사의 단체인 것처럼 장난질을 치고 있다"며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우리와 뜻을 같이 한다고 밝혔고, 의대생도 그랬다. 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우리 비대위 위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의 향후 계획이나 입장에 대해서는 "독자적으로 판단·행동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노 코멘트' 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정부와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원점 재검토'라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주 위원장은 "정부와 우리는 의료가 붕괴한다는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은 같지만, 진단이 다르다"며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장은 오진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증원 인원을 줄이면 협상의 여지가 있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는 "진단이 틀렸는데, 약을 몇 알 줄 건지(증원을 몇 명 할 건지) 논의한다고 하면 의사로서의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오지예 기자/calli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