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옥전초등학교 한 교실. 교실 한쪽에선 2학년 학생들이 받아쓰기를 배우고 그 옆에선 6학년 학생들이 국어 지문을 읽습니다. 6학년을 지도하는 도중 2학년이 떠들면 수업 흐름은 끊기기 일쑤입니다.
옥전초 담임교사 이라결(30)씨가 MBN과의 인터뷰에서 전한 수업 모습입니다.
전교생이 15명인 옥전초는 두 학년 이상 묶어 한 교사가 지도하는, 이른바 ‘복식학급’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올해로 3년째 복식학급을 맡게 된 이 교사는 “20분만 지나도 힘들어하는 학생들 특성상 개별 지도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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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학년이 개인 공부하고 있는 복식학급 모습(제공=이라결 교사) |
이런 교실 모습은 옥전초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각 시도교육청들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년별 학급 편성이 어려운 학교에서 복식학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3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복식학급을 운영하는 초등학교 분교장을 포함해 528곳입니다. 시도별로는 경북 117곳, 강원 71곳, 경기 67곳, 경남 61곳, 전북 46곳, 충북 43곳, 전남 39곳, 충남 24곳, 서울 21곳 등 순입니다.
농·산·어촌 지역의 소규모 학교는 매년 학생 수 감소로 대부분 복식학급을 편성하는데요. 교사들은 두 학년을 제대로 가르치기가 쉽지 않고, 학생은 양질의 교육을 받기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복식학급의 가장 큰 문제는 교사가 수업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복식학급은 맞춤형 학습자료가 전무해 수업 준비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4~5학년 같은 인접 학년인 경우 공통 내용을 위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반면 학년 군이 다르면 학생들의 발달 상황이 달라 개인별로 가르쳐야 하는데요. 이 교사는 “개인별 맞춤 지도가 꼼꼼하게 봐줄 수 있단 장점이 있지만, 오히려 모둠 활동 같은 다양한 학습 방식을 시도하는 데 제약이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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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6학년 주간학습안내(제공=이라결 교사) |
복식학급에선 학년별로 20분씩 수업을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 배분이 여의치 않습니다. 특히 많은 활동량을 요구하는 실험실습이나 체육활동에선 수업 시간 내에 학생들을 지도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또 교사 인당 행정 업무량이 일반 학교에 비해 5배에 이르는 소규모학교 특성상 수업 준비 시간이 턱없이 모자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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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여주시 송삼초등학교 전경(사진=정예림 인턴기자) |
현장에선 복식학급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경기 여주시 송삼초등학교는 올해 간신히 복식학급을 면했지만, 신입생 감소 추세에 따라 내년에는 복식학급 편성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은 복식학급 편성 기준을 8명으로 정하고 있으나,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연천군과 가평군은 4명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건자 송삼초 교장은 취재진과 만나 “농·산·어촌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경기도의 복식학급 편성 기준을 8명에서 4명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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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삼초 3,4,5학년 학생들이 함께 방과후 배드민턴 활동하는 모습(사진=정예림 인턴기자) |
송삼초를 비롯한 소규모 학교는 복식학급 편성을 막기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최 교장은 지난해 마을회관과 가정집을 돌아다니며 “송삼초에 와달라”고 설득해 2학년 학생을 유입하고 학부모와 지역주민들은 신입생 장학금 마련에 일조했습니다. 또 소규모 학
최 교장은 “복식학급이 되면 학교 리모델링 등으로 모인 학생들이 빠져나가 5년 이내에 학교가 폐교 수순을 밟을 것"이라며 “복식학급 기준 완화는 소규모 학교의 소멸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예림 인턴기자 chloej575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