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밀양 산불 모습 (MBN) |
지난주 수요일, 거리에선 “오늘 왜 이렇게 따뜻해?”라는 말이 곳곳에서 들렸습니다. 서울 최고기온은 18.3도까지 치솟았고 전남 완도에서는 한낮기온이 20.4도까지 올라 월에 역대급 더위(?)를 기록했습니다.
올겨울에 따뜻한 날씨를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8일에도 우리나라 곳곳에서 기록이 세워졌습니다. 전북 군산이 20.5도, 경북 경주가 20.9도까지 오르며 12월 중 가장 높은 기온을 갱신한 겁니다. 기후 변화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당장 모두가 느끼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재난의 양상을 바꿀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기존에 있던 재난이 더 자주 혹은 더 강하게 발생하거나 이전에는 없던 재난이 생긴다는 거죠. 이에 행정안전부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재난을 예측하고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잠재 재난위험 분석 보고서’입니다.
↑ 2019년 고성 산불로 피해 입은 산 (연합뉴스) |
산불이 가장 많이 나는 달은 봄입니다. 2월 말부터 서서히 산불이 발생하기 시작해서 5월까지 이어지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6월부터는 거짓말처럼 산불이 뚝 줄어듭니다. 10년간 산불 발생 건수를 살펴보면 산불 2건 가운데 1건이 봄에 발생했습니다. 매년 평균 537건의 산불이 발생했는데 그중 303.4건이 봄에 일어났습니다. 반면 여름에는 산불이 49건에만 발생해 9%만 차지했습니다.
건수뿐만 아니라 피해 규모도 봄철 산불이 컸습니다. 23,794ha를 잿더미로 만들어 커다란 상처를 입힌 2000년 동해안 산불은 4월에 발생했습니다. 울진 14,140ha, 삼척 2,162ha를 태운 2022년 산불은 3월에 났고, 2019년 고성·강릉·인제 산불(3월), 2020년 울주 산불(3월)도 모두 봄에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잠재 재난위험 분석 보고서는 ‘여름 산불’을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재난으로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여름에도 대형 산불이 난다고 본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고서는 여름 산불의 원인을 돌발가뭄으로 지목했습니다. 돌발가뭄이란 강수, 온도, 바람 등 다양한 기상 이변으로 수주 또는 수개월 만에 급격하게 발전하는 가뭄입니다. 돌발가뭄은 높은 기온으로 토양수분이 증발하거나(폭염형) 강수가 부족해 토양이 건조해져서(강수부족형) 발생합니다.
우리나라는 최근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일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의 연 폭염일은 30년 평균 8.8일이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에는 무려 35일이나 폭염이 발생했고, 2021년에는 18일 그리고 2023년에는 19일을 기록했습니다. 심지어 2100년에는 지금보다 2.7~8.3배까지 폭염 일수가 증가한다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도 머잖은 미래에 자주 돌발가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그리고 이 가뭄은 지표면을 건조하게 만들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큰 대형 산불이 여름에 발생하게 될 겁니다.
↑ 산불 피해를 입은 하와이 (MBN) |
이런 돌발가뭄으로 인한 산불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도 돌발가뭄으로 인한 산불로 추정됩니다. 5월부터 6월까지 3주 동안 가뭄이 이어졌고, 여기에 강풍이 가세하며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 겁니다. 이 불로 숨진 사람만 100명에 달하고 2,000개가 넘는 건물이 탔습니다.
우리나라도 사례가 있습니다. 2022년 5월 31일부터 6월 7일까지 경남 밀양시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축구장 1,000개 면적을 태웠습니다. 그해 5월 밀양시는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었습니다. 5월 강수량이 연평균 대비 3% 정도였고, 이런 건조한 날씨는 산과 들을 바짝 마르게
현재 우리나라의 봄철 산불조심기간은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산불조심기간이 6월 어쩌면 더 나아가 7월 장마가 내리기 전까지 이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 강세현 기자 / accent@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