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반 아이들을 1년 동안 학대한 어린이집 교사에게 법원이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이 3년을 구형하자, 선고 직전 교사는 피해자들 의사와는 상관 없이 법원에다 돈을 맡기는 이른바 '기습 공탁'을 했고, 재판부는 이를 반영해 형을 깍아줬습니다.
장덕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 손을 강하게 잡아끌고 머리를 때립니다.
누워있는 아이가 움직이자 거칠게 일으키더니 손을 휘두릅니다.
CCTV에 드러난 교사 A씨의 아동학대 장면입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피해아동 측을 위해 2,200만 원 정도를 공탁한 점"을 양형 이유로 꼽았습니다.
피해아동 학부모 8명 가운데 공탁금을 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단 2명 뿐.
그것도 선고 당일 법원에서 날아온 문자메시지가 전부였습니다.
▶ 인터뷰 : 김형돈 / 피해아동 학부모
- "(공탁) 사실이 통지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형 사유가 된다는 게 피해자들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죠."
형사공탁 특례제도는 가해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피해보상에 나서라는 취지에서 2022년 도입됐습니다.
▶ 스탠딩 : 장덕진 / 기자
- "형사공탁 업무지침은 형사공탁이 이뤄지면 재판장이 피해자의 변호인에게 형사공탁 사실을 고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고양지원은 공탁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이유에 대해 "피해자 변호사 선임이 안 되면 통지가 안 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피해자들은 수사 단계부터 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 인터뷰 : 소 라 /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 "이런 사실이 피해자에게 전혀 통지가 되지 않는다면…. 가해자를 용서하지 않았다는 의사를 전혀 표명할 기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거죠."
피해자를 돕겠다고 도입한 제도가 오히려 가해자가 손쉽게 면죄부를 발급 받는 지름길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기습 공탁을 막고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제대로 알려주라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장덕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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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황주연 VJ
영상편집 : 이범성
그래픽 : 정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