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A(54·여)씨는 키우던 강아지가 호흡 불안 증세를 보이자 2021년 7월 인천에 있는 B 동물병원에 데려갔지만, 강아지는 치료받다가 이틀 만에 죽었습니다. 이에 A씨는 동물병원 진료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했고, 쌓인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1년 7개월 뒤인 이듬해 2월 중고 거래 플랫폼의 인터넷 게시판에 "00 아파트 근처 동물병원 진료 잘 보나요? 과잉 진료하지않고요"라는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A씨는 이 글에 "B에서 과잉 진료하다 이틀 만에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며 "저처럼 후회할 일 만드실까 봐 흔적 남긴다"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다음 날 A씨는 "억울한 것도 많고 할 말도 많은데 (당시에는) 상대하기 싫어서 그냥 넘어갔다"며 "B 동물병원에 간다는 사람 있으면 쫓아가서 말리고 싶지만 결국은 자기 선택이니까 상관 안 하려고 눈 감고 있다"고 댓글을 또 썼습니다.
이후 A씨는 B 동물병원 운영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A씨가 2021년 당시 동물병원 진료과장으로부터 강아지가 위독한 상태라는 말을 듣고도 입원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고, 이후 혈액검사와 방사선 촬영을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과잉 진료는 사실이 아니었고 댓글도 동물병원 측을 비방할 목적으로 달았다며 지난해 1월 명예훼손 혐의로 A씨를 벌금 100만 원에 약식기소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억울하다며 3개월 뒤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A씨의 댓글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동물병원 측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오늘(4일) 인천지법 형사6단독 김지영 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판사는 "A씨가 쓴 댓글은 B 동물병원을 실제로 이용한 소비자로서 겪은 일과 평가를 담은 '이용 후기'였다"며 "대체로 주관적인 감정이나 견해를 밝힌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감정적이고 다소 격앙된 표현을 썼지만, 영리 목적으로 동물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은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명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한다"며 "A씨의 댓글은 동물병원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는 견
김 판사는 또 "(댓글에 쓴) 과잉 진료라는 용어도 혈액검사와 혈액화학검사 등 동일한 검사항목이 적힌 진료비 청구서를 받은 A씨의 입장을 고려하면 용어가 정확하진 않아도 허위라고 알면서 썼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승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iuoooy3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