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뒤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배드 파더스' 사이트 대표에게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공익성은 인정되지만 너무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건 사적 제재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홍지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지난 2018년 7월부터 '배드 파더스'라는 홈페이지에는 이혼하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들의 정보가 올라왔습니다.
양육비 지급이 확인될 때까지 사진은 물론 이름과 주소 등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공개 대상자들의 반발이 거셌고, 결국 사이트 운영자인 구본창 대표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재판부는 악의적인 표현도 없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동임이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에선 결과가 뒤바뀌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신상정보가 너무 구체적이고, 미필적이라 해도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봐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다만, 양육비 미지급 문제의 심각성을 공론화한 점 등을 인정해 100만 원의 벌금형에 대한 선고유예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법원 역시 무분별한 신상공개는 악용되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사적 제재 수단'이라며 상고를 기각하고 형을 확정했습니다.
구 대표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 인터뷰 : 구본창 /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구 배드파더스) 대표
- "피해자들이 벌금형을 각오하고라도 내 아이의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냐, 아니냐 이제 양육자들의 선택에 맡겨진 것 같아요."
미지급자들에겐 형사처벌까지도 가능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 인터뷰 : 김준태 /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
- "4~5년 정도 걸린다고 보거든요. 적시에 양육비를 지급 못 받아서 많은 불편을 겪고 자라게 되는 겁니다."
2021년 기준으로 한부모 가족 80%는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홍지호입니다. [jihohong10@mbn.co.kr]
영상취재 : 한영광 기자·김민승 VJ
영상편집 : 김혜영
그래픽 : 정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