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근처에서 배우 이선균 씨가 차량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외신도 이 씨의 사망 소식을 긴급 보도할 만큼 갑작스러운 비보에 상당수가 충격을 받았고, 큰 슬픔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29일 고 이선균 씨는 영면에 들었지만,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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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톱스타 배우 L 씨가 마약 혐의로 내사를 받고 있다" 이 씨의 마약 의혹 보도는 지난 10월 19일 모 언론사 보도로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이 매체는 다음 날 "L 씨가 마약 공급책에게 압박을 느껴 수억 원의 돈을 건넸다", 일주일도 안 되서는 "또 다른 유명 연예인을 마약 투약 혐의로 내사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모두 인천 경찰청 관계자 인용이였습니다.
사실 사건 기자 입장에서는 마약 수사만큼 취재하기 어려운 영역이 없고, 더욱이 내사 단계에서는 사건 당사자가 아니면, 또 어디선가 정보를 흘려듣지 않는 이상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당시 보도를 놓고 사건 기자들 사이에서는 '제대로 물었구나' vs '저러다가 x볼 차면 어쩌나' 반응이 엇갈렸습니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도 내사 단계에서 보도된 자체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수사 기초 단계인데다가 마약 사범은 검거해도 증거 확보, 시기 특정이 쉬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속은 다르지만, 앞서 국과수 검사에서 다수의 마약 성분이 검출됐어도 불구속 송치 됐던 유아인 씨 사건을 경험했던 터라, 경찰이 조금 더 신중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이 날 첫 보도 이후, 이 씨는 경찰 내사 사실을 인정했고, 언론과 유튜브의 취재 경쟁 속 보도 수위는 겉잡을 수 없게 됐습니다. 심지어 이 씨의 사생활 부분도 급속도로 퍼졌습니다. 약 70일 동안 이 씨는 경찰에 세 차례 출석 했고 그 때마다 포토라인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앞서 비공개 소환이 원칙이라며, 조사 일정을 놓고 경찰과 신경전을 벌여왔던 유아인 씨와는 대조된 모습입니다. 물론 이 씨 측도 숨지기 나흘 전 마지막 조사를 앞두고, 비공개 조사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 씨 조 사 일정과 관련해 언론에 알린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사건 관계인을 미리 약속된 시간에 맞춰 포토 라인에 세우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경찰 수사공보 규칙에 어긋납니다. 언론이 유명 인사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라는 잣대로 취재 편의 상 이 씨를 포토라인에 세운 건 아니냐는 비판이 따끔한 이유입니다.
이제 이 씨의 사망으로 공소권은 없어졌습니다. 지난 70일 간 수사만 놓고 보면, 마약 투약과 관련된 직접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만약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더라도 법정에서 상응하는 처벌을 받으면 됐습니다. 그런데 이 씨 사건을 가장 먼저 마주한 이들이 모두 '확증 편향'이 생겼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수사를 할 때 확증 편향을 경계해야 한다는 건 불문율입니다. 사건 당사자가 수사팀이 그리는 혐의의 구도에서 벗어나는 진술을 잘 살펴야 하는데, 특정 진술에 꽂혀서 큰 그림을 망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약 수사가 통상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지휘부가 앞다퉈 이번에 강압 수사 등의 문제는 없었다며 선 긋기 급급할 일이 아닙니다. 이번 수사가 조금이라도 유흥업소
[오지예 기자/calling@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