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치 정립해 많은 문제 해결했어야 하는데 못해”
“자연스럽게 후배들에 자리 내줘야, 양보 정신없이는 또 독재가 돼”
“대한민국 정치, 자기들 이권위해 쌈박질만 한 정치”
“출산율 문제, 민족 자멸 시대 도래”
“20년간 정치가 해결했어야, 직무유기 벌받게 될 것”
“돈 살아있는 신이 돼서 인간 위에 군림, 비극 해소하고자 소설 써”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돈의 주인이 돼야 삶의 주인이 돼”
“남의 인생 바라보면서 자기와 남 비교하는 게 가장 어리석어”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는 진실...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길”
“원고지 고집? 기계의 속도에 실리다 보면 문장 소홀”
“모자란 60% 채우기 위해 하루도 흐트러진 생활 한 적 없어”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속에서 의미 보람 찾아야 행복”
“통일 이후 발표할 5권 분량 작품 쓸 것”
■ 프로그램: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시사스페셜)
■ 방송일 : 2023년 12월 31일 (일요일) 오후 3시 30분
■ 진 행 : 정운갑 앵커 (논설실장)
■ 출연자 : 조정래 작가
**기사 인용 시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시사스페셜)’ 출처를 반드시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정운갑>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한 3대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집필한 조정래 작가가 4년 만에 신작 [황금종이]를 출간했습니다. 기존 작품과는 달리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에 초점을 뒀는데요. 한 해가 저무는 길목에서 인간의 속성을 들여다보면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정래 작가와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조정래>안녕하세요.
정운갑>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신문에 ‘태백산맥’ 연재를 시작한 때가 1983년, 40년 전입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이 세 작품을 두고 ‘우리 민족사는 ’태백산맥‘을, ’아리랑‘을 부르며 넘어가다 보면 ’한강‘으로 흘러간다’ 이렇게 표현하잖아요. 이 세 작품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게 궁금합니다. 지금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이 세 작품이 어떻게 읽히길 바라시는지요?
조정래>제가 [태백산맥]을 써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을 때 제가 한 말이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는 진실을 쓰고자 했다”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는 신화적인 시대일 수 있습니다, 겪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분단의 시대는 앞으로 우리 민족이 걸어가야 할 험난한 길입니다, 통일을 향해서. 그러므로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사실을 사실이라고 말하는 진실 그것을 믿어주시고 소설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정운갑>[태백산맥]을 자녀분들에게 필사를 하도록 했어요. 분량이 어마어마한데 굳이 필사를 시킨 이유가 있습니까?
조정래>작가가 저작권이 이 세상을 떠난 다음에 자식들이 70년 동안 향유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면 70년 동안 혜택을 받으면서 무조건 혜택만 받으면 안 되겠죠. 그 혜택을 준 아비가 어떤 고통을 겪으면서 이 작품을 썼는가 하는 것을 최소한 알아야 한다. 그래서 [태백산맥]을 아들 보고 쓰라고 했는데, 대학 들어가면서 시작해서 졸업할 때까지 쓰라고 시한을 정해줬습니다. 아들이 했고, 그다음에 너만 하는 게 아니고... 아들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저는 자식이. 며느리도 자식이니까 장난감을 며느리도 써야 한다. 그래서 둘 다 써서 태백산맥 문학관에 전시가 되어 있습니다.
정운갑>성실히 잘 필사를 했나 보네요?
조정래>네, 원고지에다 차근차근했습니다.
정운갑>조정래 작가께서는 컴퓨터로 작업을 안 하고 지금도 원고지에 펜으로 집필하시잖아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집필하실 때 하도 앉아 계셔서 위궤양을 달고 살고, 또 탈장까지 됐다고 하던데요. 지금도 펜으로 쓰시는데 펜을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조정래>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컴퓨터로 쓰면 손으로 쓰는 것보다 10배에서 20배 빠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설은 빨리 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잘 쓰는 게 목적입니다. 기계의 속도에 실리다 보면 문장이 소홀해지고 박진감이 약해지고 여러 가지 폐해가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손이 아프더라도 팔이 마비가 되더라도, 죽을 때까지 손으로 쓰자 하고 작정해서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습니다.
정운갑>그 펜을 들고 4년 동안 집필에 몰두하셨고 장편소설 [황금종이]를 출간했습니다. 기존 주제와 분위기가 다릅니다. 일단 소설의 소재가 돈인데 사실 조정래 작가님의 경우 [태백산맥]이라던가 [한강], [아리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돈의 구애는 안 받으실 것 같은데요(웃음). 그래도 작가님도 가난했던 시절이 있었고, 도대체 돈이 뭐길래 우리를 못살게 굴고 세상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는 걸까요?
조정래>돈이 인간의 발명품 중의 하나 아닙니까? 그런데 인간이 돈에게 교환 가치권을 부여하면서부터 그 순간부터 돈은 살아있는 신이 돼서 인간 위에 군림하기 시작했고, 인간은 그 돈을 추정하다 보니까 노예가 되어버렸습니다. 돈은 필요에 의한 수단일 뿐인데 그거에 매달려서 인간성을 마멸하고, 사회의 범죄를 야기하고. 왜 사는지도 모르는 인간 마성을 발휘하는 그런 식이 된 것은 우리 자본주의가 승해갈수록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는데 비극이죠. 그 비극을 어떻게 좀 해소하면서 인간답게 사는 길이 있을 것이다. 그걸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 이번 소설입니다.
정운갑>작가님 말씀대로 돈은 살아있는 신 또 인간에게 군림하는 그런 세상이 됐는데, 사실 인간사 비극의 상당수가 돈 때문에 생기지 않습니까? [황금종이]를 통해서 특별히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게 있으셨던 거죠?
조정래>모든 소설은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주제로 들어 있지요. 저는 두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우리 인간들이 돈에 휘둘리면서 얼마나 추악한 모습으로 전락해 가는가 하는 것을 각양각색의 모양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것을 극복해서 사람답게 사는 길은 자족, 스스로 만족하는 것. 인생에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불행하고 불쌍한 것은 자기 삶 속에서 자기만족을 느끼지 못한 사람이 가장 불행합니다. 항상 남의 인생만 바라보면서 자기와 남을 비교하는 것 가장 어리석은 것이거든요. 두 번째 어리석은 것은 지나가 버려서 다시 그르칠 수 없는 뒤집을 수 없는 일들을 두고 남을 원망하고 후회하는 것, 이 두 가지 어리석음인데.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두 주인공을 내세워서 자족을 느끼면서 자중자해하고 욕심을 줄이는 길, 그것이 참다운 인간의 길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정운갑>방금 주인공 말씀하셨는데 [황금종이] 등장인물을 보니까 운동권 출신들이 있습니다. 돈 문제를 해결하는 인권변호사 이태하가 있고, 또 한때 열혈 민주화 운동 투사였다가 모든 걸 그만두고 농사짓는 한지섭이 등장하는데요. 굳이 운동권 출신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는지요?
조정래>제가 운동권에 거는 기대가 굉장히 컸습니다. 왜냐하면 박정희로부터 비롯돼서 연결된 군부독재 30년을 혁파해서 종식시키고, 이 땅의 민주주의를 건설한 그 혁혁한 공은 우리 역사 속에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공적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그러한 순수와 열정과 희생정신을 가지고 뭉쳐서 정치 그룹을 만든다면 이 나라는 분명히 달라지겠구나 하고 기대했는데. 그들이 그렇지 못하고 기존 정치 정당으로 편입되면서 흡입되면서 그 정당의 모습을 닮아가고 와해되고 기득권 세력이 되어버렸습니다. 굉장히 많이 실망했고 그 순수와 아름다운 열정을 간직한 몇몇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들을 모델로 삼아서 이번 소설을 구제하자. 대중들에게 소설적 문학적 구제를 한번 해보자 해서 운동권의 모습을 그리면서 그것이 우리에겐 영원히 필요한 교훈이고 가치라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정운갑>[태백산맥]은 당시 운동권 출신들이 옥살이 등을 할 때 필독서였습니다. 아마 작가님께 편지 쓴 분들도 많이 있을 것으로 보여지고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조정래 작가께서도 말씀하신 대로 어느 정도 정치적 기대를 했을 법한데, 지금은 이른바 386 정치인들이 쇄신,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386 정치인들의 움직임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조정래>현실 정치에서 그들은 실패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새로운 가치를 정립해서 이 나라가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했어야 하는데, 못한 채로 지금까지 흘러왔고. 그러면서 세월이 흘러서 그들도 자연스럽게 나이 먹어서 물러가야 할 나이가 왔습니다. 그러니까 그들을 도태시킨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고, 업적이 없는 채로 자연스럽게 물려주고 후배들에게 그 자리를 내줘야 하는 자연 순환의 법칙 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러므로 뒤따라가는 후배들이 정치를 만약에 이어받는다면, 그들이 못한 것이 무엇인지 그들에게 주어진 역사 임무가 무엇인지를 다시 깨달아서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다시 한번 재정비를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정운갑>냉혹한 평가시네요, ‘실패했고 물러가야 할 때다’. 그렇게 보시는 어떤 특별한 배경이 있는지요?
조정래>그러니까 어제 핀 꽃은 오늘 지고, 오늘 핀 꽃은 내일 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입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는 것이고 세월 따라 늙어갑니다. 저도 나이 80세 넘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나이고 죽음을 준비합니다. 정치인들도 65세 넘으면 자연스럽게 물러가면서 40대들에게, 50대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합니다. 그 양보 정신이 없이는 또 독재가 됩니다. 386세대도 거기에 와 있으니까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있더라도 후배들에게 그걸 잘 알려주고 반성하면서 순조롭게 아름다운 곳으로 몰락하는 것이 도리일 겁니다.
정운갑>총선이 코앞입니다. 요즘 정치 돌아가는 거 보면 속이 많이 답답하실 것 같은데요. 정치의 본령인 대화의 타협은 사라지고 정적 죽이기, 갈등, 조롱 등이 난무하지 않습니까?
조정래>저는 한국 정치를 보면서 우리가 군부독재 30년을 겪었는데, 민주화를 세워서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가 하는 탄식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타협입니다. 타협이 나쁜 게 아니지요, 서로서로 한 발씩 양보해서 국가를 위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할 텐데. 지금 대한민국 정치인은 사당 조직에 의해서 두 당이 서로 자기들의 이권을 위해 쌈박질만 해온 정치입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죠.
정운갑>긴 호흡의 소설을 쓰다 보면 계속 나와 주변을 돌아보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 [황금종이]를 쓰면서는 어떠셨나요, 어떤 깨달음을 얻으셨습니까?
조정래>종교의 생활이 깨달음을 찾아가고 자기 발견의 길이라면, 문학도 또 다른 종교의 길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작가는 작품을 쓸 때마다 새로운 것을 대중들과 함께 깨달으려고 하고, 대중들과 함께 토론하고 싶어 하고. 작가가 바라는 바가 대중들 독자들의 영혼 속에서 갈무리되어서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눈을 갖게 하고 싶어 합니다. 저는 이번에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돈의 주인이 되고, 그것이 당신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길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정운갑>그래서 작가님 개인적으로도, 작가로서의 첫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조정래>저는 저에게 독자들이 ‘선생님 재능은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하고 물을 때 아주 솔직하게 말합니다. 나의 재능은 40%밖에 안 되는 것 같다. 나머지 모자라는 것은 노력으로 채웠다. 그래서 저는 그 모자란 60%를 채우기 위해서 단 하루도 흐트러진 생활을 한 적이 없습니다.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똑같은 시간에 자고 글 쓰고. 그래서 작가로서 센티멘탈이 없는데, 집사람에게 어느 기자가 물었습니다. ‘조 선생님 어떤 사람입니까, 어떤 작가입니까?’ 하니까 ‘100년에 한 번 태어날까 말까 한 작가다’ 그랬더니 멍하게 쳐다봐요, 남편 칭찬하는 줄 알고. 그게 아니고 무미, 무취하기로 그랬어요.
정운갑>소설 [황금종이]에는 말씀하셨듯이 돈에 대한 인간의 속성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주머니를 더 채우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인데 권력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막강한 권력을 갖고 싶은 욕망에서인지 정치권은 늘 갈등하고 대립합니다. 특히 요즘 정치권을 보면 앞서 말씀하셨듯이 대화, 타협은 없고 상대를 제거 대상으로 보는 듯하거든요. 작가님이 기대하는 정치인의 모습은 어떤 겁니까?
조정래>우리가 정치인에게 막강한 권력을 주고 대의정치를 시키고. 정치인들이 만든 법에 의해 행정부는 국민을 위해서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잘 나라를 관리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 달라 하는 것이 요구고 그들의 지상 과제인데. 제가 보기에 민주화 이후에 30년 세월 동안에 그게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명백한 증거가 있습니다. 우리는 OECD 국가 중 하나인데, OECD에서 해마다 회원국가들을 객관적으로 평가를 내립니다. 20여 년 전부터 한국이라는 나라는 자살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 이혼율 1위, 국민 삶의 만족도 꼴찌, 출산율 꼴찌 이 5가지만 봐도 한국이라는 나라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선진국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시작된 지 20년이 됐는데 그동안에 20년 정치 동안 이걸 개선해야 하는데, 하나도 개선된 것 없이 출산율 하나만 보더라도 그때 1.58명이었던 것이 지금 자꾸 해마다 줄어들어서 지금 0.6명까지 내려가 있습니다. 이렇게 급속도로 결혼 늦게 해, 애 안 낳아 이렇게 가버리면 민족 자멸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50년 후는 이미 예고돼 있습니다. 소련이 전쟁도 하지 않는데 스스로 몰락했듯이, 우리도 이렇게 되면 우리 민족이 자멸 시대에 도래해버립니다. 이런 문제는 국민이 세금을 냈으면 20년 동안의 정치가 해결하도록 노력했어야지요. 이 직무유기에 대한 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말이 안 됩니다. 앞으로 정치는 제발 이런 것부터 해결하는 민생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를 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정운갑>특히, 출산율 문제는 거의 재앙 수준이라는 지적들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그걸 정치권이라든가, 정부에서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시지요?
조정래>했었어야 합니다. 프랑스는 30년 전, 40년 전에 프랑스 국가 소멸 위기를 예감하고 대대적인 획기적인 방법을 강구해서 완전히 회복했습니다. 우리도 그런 식으로 하면 됩니다. 애를 낳으면 국가가 무조건 책임지고 학교 무료로 보내야 하고, 누가 다 책임져 줘야 하고, 애를 많이 낳을수록 많은 혜택을 주고 그러면 누가 애 안 낳겠습니까?
정운갑>조정래 작가님도 산전수전 다 겪으셨잖아요. 소설을 쓰면서 검열 받고 협박 받고 수사도 받고. 그런 험난한 시련을 겪었고 건강을 상해서 고생하신 바 있는데요. 그런 세월 다 지나가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 통찰력을 얻으셨을 것 같은데요. 우리가 살면서 발휘해야 할 삶의 지혜라고 해야 할까요. 행복하게 산다는 건 뭡니까?
조정래>행복은 수없는 철학자와 종교 지도자들이 말해 왔습니다. 욕심을 줄이는 것이다. 그 욕심을 줄이기가 정말 어렵죠. 인간은 욕망의 동물입니다. 욕망은 끝없는 목적을 가지고 달려가는 것인데 그렇더라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거기에서 의미와 조금은 보람을 찾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 그것이 행복을 찾는 길이고. 그리고 우리를 추동하는 힘은 희망입니다. 절망스럽더라도 조금씩 희망을 만들어가며 살면 또 인생은 살 만한 거 아니겠습니까?
정운갑>오늘이 한 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조정래 작가님을 보면 하루하루 허투루 보내고 살아오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요. 올 한 해를 돌아보면 작가님께는 어떤 한 해였습니까?
조정래>저는 [황금종이] 1, 2권 두 권의 책을 썼고 책을 내자마자 바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가서 아주 의미 있고 알차게 보낸 한 해였습니다.
정운갑>등단 60주년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는데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시는지요?
조정래>지금 이제 우리 영혼에 대한 문제, 자기 발견 구도에 대한 문제를 주제로 해서 소설을 쓰면서 60주년을 기념하고 싶고. 그 기념식과 함께 자연스럽게 은퇴식을 도모하고자 이 소설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정운갑>은퇴식이라면 혹 더 이상 글을 안 쓰시는 건가요?
조정래>소설은 이제 그만 쓸 것 같고. 그다음에는 이제 우리 역사 속에서 지금 할 수 없는 이야기를 약 5권 분량으로 써서 손자들에게 주면서 유서를 쓸 겁니다. 이 글들은 통일된 다음에 발표하라. 너희 때 통일이 안 되면 너의 아들 때 내 증손자 때 발표하라. 그렇게 유서를 써놓고 죽으려 합니다.
정운갑>통일 이후에 그러면 남북통일이 되었을 때요?
조정래>극히 예민한 이야기들이 들어있기 때문에 통일되기 전에는 발표할 수 없는 것들이죠. 그러나 국민이 알아야 하는 우리 역사의 뒤안길에 있는 중요한 일들을 쓸 겁니다.
정운갑>새해에 더욱 건강하시고요. 다음 작품 더 많은 기대를 하겠습니다. 오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정래>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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