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캄보디아 등 동남아서 '현대판 노예' 동원해 조직적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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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어느날 모르는 사람한테 메세지가 왔어요. 오랜 동료라고 하는데, 기억은 안 났어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A(54)씨는 지난 2021년 10월 미모의 중국계 여성으로부터 왓츠앱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자신을 제시카라고 소개한 그녀는 아버지의 간병을 하고 있는 A씨의 고통에 공감하며 급속도로 친해졌습니다.
몇 주 뒤, 제시카는 아버지의 간병비를 마련하기 위해 암호화폐에 투자하라고 권유했습니다.
초기 수익은 놀라웠지만, 어느날 A씨의 암호화폐 계정이 잠기고 백만달러 이상이 증발했습니다. A씨는 중국 범죄조직이 인신매매를 동원해 벌인 금융사기에 걸려든 것입니다.
CNN은 27일(현지시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현대판 노예제를 운영하며 전 세계 사람들의 돈을 가로채는 중국 범죄 조직의 사기 실태를 보도했습니다.
조직원들은 젊은 여성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어느정도 신뢰를 쌓은 다음에는 가짜 암호화폐 거래 앱에 투자하도록 꼬드깁니다. 처음에는 높은 수익률을 보이며 계속 더 많은 돈을 투자하도록 한 뒤, 어느 날 연락을 두절하고 투자금과 함께 사라집니다.
이렇게 피해자를 속이는 과정이 도축 전 돼지의 살을 천천히 찌우는 것과 닮아 있어 '돼지 도축' 사기라고도 불립니다.
FBI는 2020년에 보고된 '돼지 도축' 사기 관련 손실액은 9억 7백만 달러였으나 올해 11월에는 규모가 연간 29억 달러까지 치솟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피해자를 상대하는 사기꾼은 젊은 여성이 아니라, 인신매매돼 수용소에 갇힌 현대판 노예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범죄 조직은 미얀마 동부 등지에 거대한 건물을 짓고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며 가뒀습니다. 이후 이들은 납치된 사람들에게 수백만 달러를 훔치도록 강요하고, 실적이 좋지 않으면 스쿼트와 팔굽혀펴기를 수백 번 시키거나 전기막대기로 구타하는
이들이 미얀마에 주둔하며 초국가적인 사기 행각을 벌인 것은 2021년 이후 미얀마 내전이 심화되면서 치안이 악화된 상황을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미얀마 군사 정부는 이들 범죄 조직의 이익을 일부 얻는 대신 범죄를 눈감아주고 있다고 CNN은 지적했습니다.
[김혜균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catfi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