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는 특검이 독립적일 거란 믿음이 있지만, 태생이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출범부터 마무리까지 시끄러웠지만 해결된 건 없고, 진실 규명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과거 특검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법조계 인사가 사석에서 특검의 한계에 대해 토로한 내용입니다.
국회 일정을 보면 민주당이 추진하는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은 오는 28일 본회의 처리가 유력한 상황입니다. 야당 주도로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된 특검 법안은 22일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됩니다. 특검법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민주당 자력으로 통과가 가능합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3.10.31 |
관심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로 쏠립니다. 정치권에는 주로 총선 득실과 연관지은 분석이 많이 나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거부권 행사를 점쳤습니다.
"2개월 정도 보통 특검 준비 기간을 갖고 그럼 2월 중순쯤에 이제 특검이 활동하게 될 텐데 그러면 이제 3월 내내 이제 누구 압수수색하고 소환하는 것만 기사 날 겁니다. 이게 어떻게 여권의 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바라는 모습이겠습니까?" (11월 11일 | KBS 정관용의 시사본부)
하지만, 민주당 비명계 의원은 익명을 전제로 "야권 일부는 특검이 총선 판을 흔들 수 있다는 확증편향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며 "사실 특검이 총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당 안에도 특검에 대해 신중한 의견이 적지 않지만 다들 입 밖에 내질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에서 재의할 때쯤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못 받고 컷오프된 인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특검법에 힘을 보태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아이로니컬한 시나리오까지 제시했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3.10.31 |
정치권의 특검 추진과 정치공학적인 분석이 일색인 데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재선 의원 출신인 최재천 변호사는 정치권을 강하게 성토했습니다.
과거 조정훈 의원이 법사위원으로 특검을 반대했던 논리도 읽어볼 만한 대목입니다.
"여러 의혹 중 어느 하나도 대통령 임기 이후에 벌어진 일은 없다. 대부분은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의 일이다. 또 학력위조로 특검을 해야 한다면 도대체 우리나라에 특검이 몇 개나 필요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이광범 특검과 박영수 특검 등이 성공한 원인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현실적으로 검찰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지와 반대 여론이 엇갈리고 정치적인 레토릭에 불과한 특검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성식 기자 mods@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