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핵심 원인은 청년층 고용·주거·양육 불안 등으로 지목
↑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올해 6월 인구가 같은 달 기준 역대 최대폭으로 자연 감소했다. 사진은 9월 4일 서울 시내 한 구청에 마련되어 있는 출생신고서 / 사진 = 연합뉴스 |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적절한 정책 대응으로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2050년께 성장률이 0% 이하로 추락하고 2070년께 총인구가 4,000만 명을 밑돌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초저출산 현상의 주요 원인은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고용·주거·양육 불안 때문으로 분석됐습니다.
따라서 도시인구 집중도나 주택가격, 청년 고용률 등 출산 기피 요소와 관련된 지표들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으로 낮추거나 올릴 경우, 출산율이 최대 0.845 명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오늘(3일)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당 15∼49세 사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1 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고 217개 국가·지역 가운데 홍콩(0.77 명)을 빼고 꼴찌입니다.
출산율 하락 속도도 가장 빨라 한국의 1960∼2021년 합계출산율 감소율(86.4%·5.95→0.81 명)은 217개 국가·지역을 통틀어 1위입니다.
추세대로라면,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3%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뿐 아니라, 2046년 일본을 넘어 OECD 회원국 중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큰 나라가 됩니다.
아울러 출산율 모형 분석 결과, 정책 대응이 없는 시나리오에서 2070년에는 90%의 확률로 연 1% 이상의 인구 감소가 나타나고, 같은 확률로 총인구도 4,00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런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추세성장률이 0%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은 2050년 50.4%, 2059년 79%로 높아질 전망이며, 2050년대 전체 평균으로도 '성장률 0% 이하' 확률이 68%에 이릅니다.
이 같은 저출산의 핵심 원인으로는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 불안이 지목됐습니다.
우리나라 15∼29세 고용률은 2022년 기준 46.6%로 OECD 평균(54.6%)보다 현저하게 낮습니다. 대학 졸업 나이와 결혼 연령대를 고려해 25∼39세 고용률을 비교해도 한국(75.3%)은 OECD 평균(87.4%)을 12.1%포인트(p)나 밑돕니다.
↑ 체감 경쟁압력과 희망자녀 수 관계 / 사진 = 연합뉴스 |
또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등 청년 일자리의 질도 갈수록 나빠지면서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15∼29세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03년 31.8%에서 2022년 41.4%로 9.6% 뛰었습니다.
46개국 MZ세대(1983∼2003년생) 2만 3,200명 대상의 국제 설문조사(딜로이트 주관)에서 생활비를 가장 우려하는 사항으로 꼽은 비율은 한국 MZ세대(45%)가 전체 글로벌 평균(32%)보다 높았으며, 반대로 "재정적으로 안정됐다"는 답변 비율은 한국(31%)이 전체 글로벌 평균(42%)보다 낮았습니다.
전국 25∼39세 남녀 2,000명(미혼자 1,000명·기혼자 1,000명) 대상의 설문·실험에서는 체감 경쟁압력이 낮은 집단의 희망 자녀 수(0.87명)가 체감 경쟁압력이 높은 집단(0.73명)보다 0.14 명 많았습니다.
이어 주거·교육·의료비 관련 각 질문을 먼저 던져 비용 요인을 연상시킨 뒤 결혼 의향을 물어보자, 주거비 정보를 접한 미혼자 그룹의 결혼 의향 비율(43.2%)이 전체 미혼자 평균(47.2%)보다 뚜렷하게 낮았습니다.
취업자의 결혼 의향 비율(49.4%)은 비취업자(38.4%)를 웃돌았지만, 비정규직(36.6%)의 경우 오히려 비취업자보다도 결혼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자녀 지원에 대한 의무감이 큰 그룹(자녀 혼인 이후까지)의 결혼의향률(43.7%)은 의무감이 작은 그룹(고교 졸업까지·50.6%)을 큰 폭으로 밑돌았습니다. 그만큼 양육 부담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라는 뜻입니다.
이에 한은 경제연구원은 OECD 35개국(2000∼2021년) 패널 모형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출산 여건이 OECD 34개국 평균 수준으로 개선될 경우 합계출산율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을지도 분석했습니다.
↑ 정책·제도 개선에 따른 출산율 제고 효과 추정 / 사진 = 연합뉴스 |
우선 2019년 기준 지표를 기준으로 한국의 도시인구집중도(431.9%)가 OECD 평균(95.3%)까지 떨어지면 합계출산율이 0.414 명 상승했으며, 청년(15∼39세) 고용률(2019년 기준 58%)이 OECD 평균(66.6%)까지 올라도 0.119 명의 증가 효과가 기대됐습니다.
이 밖에 혼외출산비중(한국 2.3%·OECD 43%), 육아휴직 실이용기간(10.3주·61.4주), 가족 관련 정부 지출(GDP 대비 1.4%·2.2%), 실질 주택가격지수(104·100)가 모두 OECD 평균 수준으로 조정되면 출산율이 각 0.159 명, 0.096 명, 0.055 명, 0.002 명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6개 지표의 개선이 합계출산율을 최대 0.845 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원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질 측면의 일자리 양극화) 완화,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하향 안정, 수도권 집중 완화, 교육과정 경쟁 압력 완화 등의 '구조 정책'을 가장 중요한 저출산 대책으로 꼽았습니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이 밖에 정부의 가족 지원 예산도 대폭 늘리고, OECD 최하위권인 육아휴직 이용률을 높여 실질적 일·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정책 노력으로 출산율을 약 0.2 명만 올려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 평균 0.1%p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승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iuoooy3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