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가서 미안해요. 사랑해요 엄마."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의 심정은 그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힘듭니다.
사고로 혹은 병으로 자식을 잃더라도 말이죠. 하물며 사건, 그것도 학교폭력으로 자식을 먼저 보냈다면 그건 말할 필요도 없겠죠.
그런데, 학교폭력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숨진 아들을 대신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에 이의신청을 했던 부모에게 교육지원청이 "청구 자격이 없다"고 한 겁니다.
서울 양천구 소재 고등학교에 다니던 2학년 아들이 지난해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부모는 친구들로부터 아들이 학폭에 시달렸다는 말을 듣게 됩니다.
학교 측에 진상규명을 해 달라 요구했지만 올해 2월 학폭위는 가해 추정 학생 6명 모두에게 '조치 없음'으로 종결하죠.
수긍할 수 없었던 부모는 즉각 경찰에 고소장을 냈고, '90일 내에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해 지난 5월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심판위에 호소했는데,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이 최근 "청구인 자격이 없으니 각하한다"는 취지로 답한 겁니다.
설령 처분 결과가 달라진다 한들 아들이 이미 숨져 보호조치가 이뤄질 수 없고 부모에게 돌아갈 이득도 없다면서요.
그런데 경찰 판단은 학폭위와 달랐습니다.
서울 양천경찰서 수사에선 학폭위에 회부된 6명 가운데 4명을 포함한 8명이 공동 가해와 공동 폭행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숨지기 하루 전 이들이 아들을 불러내 폭언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면서요.
경찰은 학폭위가 부실 운영됐고 학교 측이 학교폭력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달 서울교육청까지 압수수색 합니다.
사실 이 학생의 경우만 이런 건 아닙니다.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학폭 피해 학생이 학폭위 심의 결과에 불복해 청구한 행정 심판 중 무려 75% 이상은 인용되질 않았거든요.
학생이 죽었으니 학생에게 실익이 없고, 부모에게도 이득이 없어 행정심판을 받아주지 않는다고요? 부모는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요?
그럼 살인자는 왜 잡아서 처벌을 합니까. 저 이론대로라면 살인자를 잡은들 피해자는 살아오지 못하고, 실익이 없으니 부모는 신고도 못한다 이거죠?
학교는 정의를 가르치는 곳 아닙니까.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세상을 보고 배우게 하다니요. 그런 학교는 존재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숨졌으니 묻고 가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