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건장한 대학생 두 명이 작은 뗏목에 앉아 열심히 노를 젓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뗏목이 과자 봉지지요?
과자 봉지 160여 개를 이어 붙여 '과자 배'를 만든 건데, 이들은 이걸 타고 30분 만에 한강을 건너는 데 성공합니다.
당시 '질소를 사면 과자는 덤'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퍼지면서, 다시 말해 과자는 줄이고 질소를 더 넣어 부피를 유지하는 건 소비자 기만행위라고 꼬집은 겁니다.
요즘은 과자뿐만이 아니죠.
만두나 참치, 김도 먹다만 느낌이 드는데 앞으로도 이런 경험은 더 하게 될 듯합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 가격 인상을 억제하자, 기업들이 가격은 유지한 채 제품 용량을 줄이며 사실상 값을 올리고 있거든요.
김은 중량을 5g에서 4.5g으로, 1봉에 5개 담겼던 핫도그는 4개로, 오렌지나 포도 주스는 과즙 함량을 100%에서 80%로, 참치 통조림은 100g에서 90g으로, 맥주 묶음 제품은 1캔당 기존 375㎖에서 370㎖로 5㎖씩 교묘하게 줄였습니다.
다들 원가가 올랐다고 하소연하는데 그럼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최근 돼지·소 등 고깃값이 떨어졌음에도 일부 식당들이 안내도 없이 은근슬쩍 1인분 정량을 2, 30g씩 줄인 거요. 공깃밥도 어물쩍 2천 원이 됐죠.
브라질에선 기업이 제품 용량을 줄였을 경우, 반드시 포장에 표시해야 합니다.
프랑스 대형마트 까르푸는, 가격은 그대로지만 용량을 줄인 제품에 스티커를 붙였고, 프랑스 정부 또한 기업이 제품 용량을 변경할 때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안을 입법 추진하고 있습니다.
"야바위 알아? 돈 놓고 돈 먹기.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왕을 찍으세요. 왕!"
-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2004)
야바위는 교묘한 수법으로 남의 눈을 속여 돈을 따먹는 노름입니다.
얼핏 보면 누구라도 쉽게 알아맞힐 수 있게 꼬드겨 판돈을 걸게 하고는 마지막에 눈속임으로 돈을 따먹는 건데, 우리 기업들을 보면 왜 저 야바위가 생각이 날까요.
들썩이는 식품·외식 물가도 서러운데 현대판 야바위 행위까지 견뎌야 하는 소비자들은 봉이 되지 않으려면 과자 하나 사는데도 머리를 써야 합니다. 안 그래도 생각할 게 많은데 말이죠.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소비자 울리는 눈속임 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