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에 쌓인 먼지, 찌꺼기 관리해야
↑ 남양주 주상복합건물 화재가 찍힌 블랙박스 영상 (MBN) |
박성래 씨는 남양주 다산동의 있는 한 주상복합건물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와 음식점이 있고 그 위로 아파트가 세워진 전형적인 주상복합건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으로 들어간 순간 믿기 어려운 장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차장이 아궁이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었던 겁니다. 그 모습을 본 박 씨는 차에서 내려 뒤편에 있던 운전자들에게 소리치기 시작했습니다.
↑ 뒤에 있는 차에 화재를 알리는 모습 (MBN) |
박성래 씨의 외침을 들은 운전자들은 차를 돌려 건물을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4월 10일 오후 4시 30분쯤 발생한 남양주 다산동 주상복합 화재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할 정도로 규모가 큰 화재였습니다. 소방관과 경찰관, 공무원 950여 명이 현장에 투입됐고 장비 169대와 헬기까지 동원됐습니다.
저녁이 되기 전에 시작된 불은 다음 날 새벽이 돼서야 꺼졌습니다. 10시간이 지나서야 완전히 사그라든 불은 커다란 피해를 입혔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차량 40여 대가 불에 탔고 상가 180여 곳 가운데 60여 곳이 피해를 입어 상인들은 생계를 이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또 1천여 명의 주민들은 집이 연기에 그을려 이재민이 됐습니다.
↑ 남양주 주상복합 화재 모습 (연합뉴스) |
그렇다면 어떻게 주방에서 발생한 불이 순식간에 주차장으로 번질 수 있었던 걸까요?
불이 이동한 통로는 바로 덕트였습니다. 프라이팬에서 시작된 불이 바로 위에 있던 후드로 빨려 들어갔고, 불은 후드와 연결된 덕트를 통해 빠르게 번졌습니다.
↑ 덕트 화재 모습 (서울 광진소방서) |
덕트로 인해 불이 번지는 일은 꽤 자주 일어납니다. 2018년 2월에 발생한 신촌 세브란스병원 화재 역시 덕트를 통해 불이 확산됐습니다. 푸드코트 안의 피자 화덕을 쓰려다 덕트 안에 있던 기름 찌꺼기에 불이 붙었습니다. 불은 덕트를 따라 이동했고 무려 60m가 떨어진 천장 단열재까지 태웠습니다.
덕트는 불이 빠르게 달릴 수 있게 해주는 아우토반인 겁니다.
↑ 신촌 세브란스 화재 현장 모습 (연합뉴스) |
그렇다면 덕트에서는 왜 불이 자주 나고, 또 빨리 번지는 걸까요?
「덕트화재 예방을 위한 국내외 기준 및 실태 분석」(임유리·신영민·김황진)에서는 덕트 화재가 자주 발생하고 빨리 확산하는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먼저 배기덕트 내에는 분진이나 기름 찌꺼기가 많이 남아있어 화재 확산의 원인이 됩니다. 내부에 쌓인 이물질이 불이 시작되고 번질 수 있는 연료가 되는 겁니다.
다음으로 덕트 내부 화재는 초기 진압이 어렵습니다. 덕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천장의 윗부분, 반자 안에 있기 때문에 바닥을 향해 물을 뿌리는 스프링클러 같은 소방 시설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렵습니다. 또 불이 번지고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알게 어렵기 때문에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기도 어렵습니다.
또 덕트는 건물 이곳저곳으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고 내부에서 공기가 순환하기 때문에 불이 나면 건물 곳곳으로 화염을 보내는 굴뚝 역할을 합니다.
↑ 중식당에서 시작돼 주차장으로 번진 화재 (연합뉴스) |
건물 관리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주기적으로 덕트 안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 입니다.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 만으로도 불이 시작될 위험성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주방 덕트의 유지 관리 기준을 정하고 덕트를 꼼꼼하게 관리하도록 합니다.
또 덕트에서 불이 났을 때 덕트 사
내부를 쉽게 볼 수 없는 덕트를 관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 노력은 불이 났을 때 결정적 차이를 만들 겁니다. 불을 곧바로 멈춰 세울지 아니면 아우토반을 타고 달려가게 할지는 덕트 관리에 달려있습니다.
[ 강세현 기자 / accent@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