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당시 유행의 첨단이었던 커피 문화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960년 가을 아침 승객 100명 이상을 태우고 서울 금호동 고개를 내려오던 만원 버스가 브레이크 고장으로 낭떠러지에 굴러 떨어지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승객 2명이 숨지고 90여 명이 다쳤는데, 그런데 이게 웬일이죠.
이들을 싣고 병원으로 달려갔더니, 응급실 접수처가 닫혀 있었습니다.
문제는 커피였습니다.
이 병원의 모든 의료인과 직원은 오전과 오후 한 번씩 '커피 타임'을 갖는데 마침 딱 그 때였거든요.
이를 지켜본 한 시민은 커피를 탓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순번을 정해 커피 타임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치료를 부탁했습니다.
영화 '스물' (2015)
"음~ 커피 향 좋다"
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마신다고 출근 후 커피 한 잔, 회의 중 커피 한 잔은 고된 직장생활을 달래주는 '생명수' 같죠.
그런데 이 커피를 내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 계속 마신다면 그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 얘깁니다.
작년 한 해 동안만 커피값으로만 17억 원을 썼거든요.
한국교통연구원은 2억8천549만 원으로 2년 연속 커피비가 가장 많았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억8천225만 원, 한국환경연구원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1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하루에 한 카페에서 '업무추진비-부서 운영비' 명목으로 135만 원을 쓰기도 했습니다.
'하루 1잔 커피값을 10년 모으면 2천만 원 목돈 된다', 이른바 '카페라테 효과'를 들먹이며 고물가에 커피는 사치라며 커피값을 아끼고 못 참겠으면 저렴하게 카페 커피를 먹는 법까지 공유되고 있는 이 때에,
사내에 커피 추출기 하나 두면 얼마를 아낄 수 있을까 그거 하나 계산 못하는 이들에게 우린 우리나라의 국책을 맡기고 있는 겁니다.
커피 애호가인 나폴레옹은 "커피는 특이한 힘과 기쁨과 쾌락이 동반된 고통을 불러일으킨다"고 했죠.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이 계속해서 커피를 특권처럼 누린다면 커피값 대는 국민은 고통일 수밖에요.
커피 한 잔 / 펄 시스터즈 (1968)
"내 속을 태우는구려"
이 노래로 오늘 마치겠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정부 기관들의 커피 사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