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여중생 사건 "고소 113일만에 구속영장…그 사이 피해자는 숨졌다"

청주 여중생 성폭행 사건 수사보고서 공개…부실, 늑장 수사
유족 "제때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했어야"

↑ '기억할게' 청주 여중생 사망 100일 추모제 / 사진=연합뉴스

청주 여중생 성폭행 사건 수사보고서가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계부가 여중생인 의붓딸과 그의 친구를 성폭행해 이들 두 여중생을 극단 선택으로 내몬 사건이었습니다. 두 여중생은 성폭행 고소장이 접수된 후 경찰의 부실한 수사와 검찰의 거듭된 영장 반려로 수사가 4개월가량 지연되는 사이 비극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중생 유족들은 수사당국의 부실과 늑장 수사를 성토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오늘(1일) 청주지검으로부터 받은 경찰 수사 보고서에 따르면 사건 발생 당시 청주 청원경찰서는 차례에 걸쳐 성폭행 가해자 계부에 대해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며 모두 반려했습니다.

경찰은 고소장을 접수한 지 한 달여 만인 2021년 3월 1일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계부가 조사를 한 차례 받은 점으로 도주 우려 등이 없다면서 이를 기각했습니다.

8일 뒤 경찰은 다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다음 날 검찰은 "객관적인 자료도 필요하다"며 보완 수사를 요구했습니다.

이로부터 두 달 가까이 지난 5월 11일 경찰이 병원 진료기록부 등을 첨부했지만, 검찰은 이틀 뒤 진술 분석 등을 요구하며 재차 보강수사를 지시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두 여중생은 같은 달 12일 세상을 등졌습니다.

계부에 대한 구속영장은 고소장 접수 113일 만인 5월 25일에야 발부됐습니다.

↑ 청주 여중생 사건 1주기 추모행사/ 사진=연합뉴스

수사보고서를 본 피해자 유족은 "경찰이 수사를 부실하게 한 점과 검찰이 기계적으로 수사에 임해 수사가 지연된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영장 발부가 신속하게 분리됐더라면 두 여중생이 그렇게 생을 마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 중인 유족 측은 공개된 수사보고서를 증거로 제출할 예정입니다.

충북경찰청은 수사 과정에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중 한 명이 진술을 거부하며 출석하지 않아 진술 녹화를 하지 못했다"며 "다만 피해자가 조사받을 때 학대를 방임한 친모를 동석하게 한 점 등 수사 과정에서 일부 부적정한 부분은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을 발부받으려면 객관적인 자료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보완 수사를 요구했던 것"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게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과 협력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대전고법 청주 제1행정부는 유족이 청주지검을 상대로 낸 정보 부분 공개 결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수사보고서 일부를 공개할 것을 명령한 바 있습니다.

이 사건의 가해자 계부는 대법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친딸이 새 남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음에도 딸을 보호하지 않는 등 양육을 소홀히 한 친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