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마약음료' 제조범 길 모 씨가 지난 4월 17일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이송되고 있다. / 출처=연합뉴스 |
강남 학원가에서 필로폰 등 마약 성분을 넣은 음료를 학생들에게 주고 이를 마시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이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습니다.
오늘(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의 혐의로 기소된 길 모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250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습니다.
또 범행에 함께 참여한 것으로 조사된 김 모 씨에게는 징역 8년, 박 모 씨에게는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각각 4600여만 원과 1억 6000여만 원을 명령했습니다.
아울러 보이스피싱 모집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모 씨에게는 징역 7년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시음 행사를 빙자해 학생들에게 마약류를 마시게 한 후 이를 빌미로 부모를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신종 범죄를 계획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마약음료 제조의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약 음료가 학생에게 제공되는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죄책감 없이 100병에 이르는 마약류를 제조했다"며 "시음을 빙자한 범행이 더 활발하게 진행됐다면 지금과 비교 못할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마약음료를) 제조하고 배송한 사실은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다행히 13명 중 4명은 마약음료를 마시지 않아 미수에 그친 점, 음료의 맛이 안 좋아 피해자 대부분이 전부 다 마시지 않았고, 심각한 결과가 없는 점을 종합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습니다.
이 사건의 주범으로 꼽히는 길 씨는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총책 등과 함께 마약음료를 제조한 뒤 미성년자들에게 투약하게 하고 이를 빌미로 금품을 갈취하려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김 씨는 변작중계기를 사용해 중국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번호로 바꿔 협박 전화를 도운 혐의, 박 씨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10g을 받아 길 씨가 전달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이들 일당과 같은 조직에서 보이스피싱 모집책으로 활동한 것으로 조사된 이 씨에게 범죄단체 가입·활동 등 혐의를 적용해 추가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들은 지난 4월 서울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음료 시음회를 열고 학생들에게 '집중력 강화' 음료라며 음료 18병을 나눠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에서 파악한 피해자는 미성년자 13명과 학부모 6명이고 청소년 피해자 중 6명은 환각 등 증상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마약 음료 1통엔 통상적인 필로폰 1회 투약분인 0.03g의 3배가 넘는 양인 0.1g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검찰은 중국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사건 전반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초 경찰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하는 '미성
검찰은 지난 결심 공판에서 길 씨에게 징역 22년을 구형하고 김 씨 등 일당에게 징역 12년~13년의 중형을 구형했습니다.
[이상협 기자 lee.sanghyub@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