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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 자료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통화 녹음 때문에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갈아탔어요"
아이폰을 포기하고 갤럭시 휴대폰을 사용한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이유로 통화 녹음 기능을 꼽습니다.
카메라 색감 등의 이유로 아이폰을 포기하지 못하고, 업무 상 필요한 통화 녹음 기능이 있는 갤럭시도 포기하지 못해 이른바 '투 폰(two phone)' 생활을 한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제 아이폰으로도 통화 녹음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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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 아이폰 15 시리즈 및 애플 워치 국내 공식 출시일인 지난 13일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를 찾은 고객들이 제품을 살피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SK텔레콤은 지난 24일부터 자사 통신사를 이용하는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이폰 사용자들 중 SKT에 가입되어 있다면 인공지능 개인 비서 서비스 앱 '에이닷(A.)'을 통해 통화 중 녹음 기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녹음 파일은 채팅 형태로 제공되며, 전체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해 내용을 요약까지 해줍니다. 대화 내용에 대한 검색 기능도 제공됩니다.
통화 녹음에 대한 수요가 컸던 아이폰 사용자들은 "갤럭시에서 탈출해야겠다"며 반기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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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텔레콤은 AI 개인비서 서비스 에이닷의 아이폰 앱에서 'A. 전화'를 통해 통화녹음, 통화요약 등 새로운 기능을 제공한다고 24일 밝혔다 / 사진 = SKT 제공 |
그동안 아이폰에서 통화 녹음이 불가능했던 건 제조사 애플의 정책 때문입니다. 애플은 자사의 통신비밀 보호 정책에 따라 아이폰에서의 통화 내용 녹음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SKT는 아이폰 단말기 자체에 녹음 기능을 추가한 것이 아니라 녹음 기능이라는 서비스가 하나 더해졌을 뿐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통화 녹음 기능은 뜨거운 감자입니다.
실제로 '통화 녹음 금지법'이라 불렸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극심한 반대 여론에 부딪쳐 결국 철회된 적이 있습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8월 동의 없는 대화의 녹음을 금지하는 내용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하면서 "(현행 법은) 사생활의 자유 또는 통신 비밀의 자유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통화 녹음이 '합법'인 우리나라에서 이에 대한 제지가 필요하다고 본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본인이 대화 참여자라면 상대방 의사를 묻지 않고 몰래 녹음을 해도 불법이 아니며 법적 증거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윤 의원의 법안에 따르면 대화 당사자 모두의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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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상대방 동의 없는 녹음을 금지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가 반대에 부딪쳐 결국 철회됐다 / 사진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
법안은 반대 여론에 부딪쳤습니다. 통화 녹음은 갑질, 성희롱, 폭언 등의 부조리한 일을 당할 경우 증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데 이러한 순기능적인 면에도 법적인 책임을 물을 거냐는 목소리가 컸던 겁니다.
그러자 윤 의원은 공익 목적은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추가하고, 처벌 수위 역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대폭 낮췄습니다.
그럼에도 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지속되자 윤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많은 분께서 여전히 '조건 없이 통화 녹음할 수 있는 자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결국 법안을 철회했습니다.
윤 의원은 "아무리 예외 규정을 마련하더라도 녹음을 하는 것 자체를 잘못된 것으로 규정하면 약자들의 자기 방어 능력에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시선이 있었다"면서도 "인간이 가진 음성권에 대해서도 점점 더 존중 받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역사의 진전이라 믿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부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7년에는 통화 중 녹음을 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녹음 되고 있음이 알려지도록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제출되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녹음 버튼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상대방이 녹음 버튼을 클릭하였습니다" 등의 안내 멘트가 나오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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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챗GPT4 탑재한 챗봇 서비스 뤼튼 |
통화 녹음 금지와 관련해 챗GPT는 '개인정보 보호', '자기 방어와 증거 제공', '음성권 존중' 등 3가지 요소가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먼저 "녹음 기능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거나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면서도 "반면에 약자들이 자신을 방어하고 부당한 대우를 입증하는 유효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장단점을 모두 짚었습니다.
'통화 녹음이 금지되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라는 질문에는 "휴대폰 녹음은 때때로 법적 문제나 분쟁 해결에 필요한 중요한 증거를 제공하는데 통화 녹음이 금지되면 이러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답했습니다.
또 "통화 중에 중요한 정보나 지시 사항을 기록하고자 할 때 녹음 기능은 매우 유용하다. 따로 메모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고 나중에 확인·공유하기도 편하다"며 "오해나 차질 없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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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통화 중 녹음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사생활 보호를 목적으로 철저히 통화 녹음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유럽 주요국 중에서도 프랑스는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물론, 녹음 파일을 소지하고만 있어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됩니다.
독일도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상대방이 동의하더라도 녹음하는 이유를 사전에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두 나라 모두 공익적 목적이 인정될 때 녹음이 활용될 수 있다며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미국은 플로리다 등 10여개 주에서 상대방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를 녹음할 순 있지만 녹음된 내용을 제 3자와 공유해서는 안 됩니다.
캐나다처럼 '기업이 고객 등을 대상으로 통화를 녹음하는 경우 녹음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야 한다' 등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챗GPT는 통화 녹음 기능에 대해 "적절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그 예로 CCTV를 들었습니다.
마치 CCTV가 범죄 예방과 진상 규명에 도움을 주면서도 사생활
SKT에 이어 KT와 LG유플러스도 아이폰 통화 녹음 적용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통화 녹음 금지 여부를 놓고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