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운전하던 중에 뇌출혈이 발생해 2급 장애를 얻은 기사에게 산업재해가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업무 중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해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례는 매년 1만 건이나 됩니다.
의학적 판단에 의존하다 보니 근로자 보호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장덕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20년간 버스 기사로 일한 김종남 씨는 현재 거동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2021년 8월 마을버스를 몰던 중 뇌출혈이 일어났습니다.
뇌출혈 발병 1년여 전에는 승객에게 폭행을 당해 운전을 하면서도 늘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 인터뷰 : 김종남 / 전 버스기사
- "막 두르려 맞았어요 머리를…. 하루도 못 쉰 것 같아요. 그렇게 맞고, 그 다음 날 또 일 나갔으니까…."
▶ 스탠딩 : 장덕진 / 기자
- "김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뇌출혈이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며 김 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해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법원은 김 씨에게 뇌출혈이 발생한 원인이 업무가 아니라 앓고 있던 고혈압과 흡연 등 개인적 요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김 씨 가족은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 인터뷰 : 김종남 씨 아들
- "새벽에 일찍 나가서 일하시는 것도 있고…. 개인 질병이라고 하면서 개인이 알아서 하라는 건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는 재해 판정에 의학적 요인만 고려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고혈압이 있어도 교대근무를 하고 사고 위험 등 정신적 부담이 있는 기사 업무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1심 재판부가 감정을 의뢰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는 고혈압 외에도 업무 스트레스 등을 고려하면 업무 관련성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인터뷰(☎) : 이학열 / 공인 노무사
- "이런 식의 법 해석이 계속되면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앞으로 과로성 질환에 대해서 산재 관련성을 인정받기 매우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
매년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되는 산업재해 신청 중 1만 건가량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업무와 질병의 인과관계 증명 책임을 근로자에게 두는 것이 불인정 사례가 많은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합니다.
MBN뉴스 장덕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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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현기혁VJ
영상편집 : 김미현
그래픽 : 박영재 유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