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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전 여자친구와 택시기사를 잇따라 살해한 이기영에게 2심 법원이 1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오늘(19일) 서울고법 형사3부(이창형 부장판사)는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로 이 씨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데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 씨는 지난해 8월 전 여자친구인 50살 A 씨의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등을 빼앗을 목적으로 둔기로 A 씨를 10여 차례 내리쳐 살해하고 사체를 경기 파주시 공릉천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 씨 계좌와 카드로 8,000여 만원 가량을 유흥에 쓰고, A 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3개월 동안 92차례에 걸쳐 A 씨 메신저 계정으로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도 기소됐습니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택시기사 59살 B 씨에게 교통사고를 낸 뒤 손해배상을 하지 않으려고 B 씨를 집으로 유인해 둔기로 내리쳐 살해했고, 사체를 옷장 안에 은닉한 혐의, 또 A 씨 때와 같은 수법으로 B 씨의 계좌와 카드로도 5,000만여 원을 쓴 뒤 B 씨 휴대전화로 가족들에게 살아있는 것처럼 메시지를 보낸 혐의도 포함됐습니다.
지난 5월 1심 재판부는 이 씨의 혐의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고, 검사 측은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며 항소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계획 범죄고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한 데다 정신감정에서 재범 위험이 높다고 나온 점을 감안하면 사형 선고가 마땅할 수 있어 많은 고민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근 20년 간 사형이 확정된 18건 사건과 비교해볼 때 이들 사건이 더 중한 범죄였던 만큼 생명을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인 사형선고를 정당화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까지 보긴 어렵다"며 무기징역을 유지했습니다.
또 2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이어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하지만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만큼 엄격한 가석방 심사로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하는 게 가능하다"고 덧붙였습
초록색 수의를 입고 삭발한 상태로 선고를 들은 이 씨는 특별한 표정 변화 없이 덤덤하게 선고 결과를 듣고 법정을 빠져나갔습니다.
법정에서 선고를 지켜 본 피해자 유족들은 "이 씨가 혹시라도 가석방돼 사회로 나오면 다른 피해자가 생길지 두렵다", "사형을 선고했어야 했다"며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